저스트 칠 앤 릴랙스!

by 재연





새해맞이 여러 가지 각오와 다짐, 위시리스트가 있지만, 그에 앞서 먼저 장착해야 하는 더 중요한 것이 갑자기 떠올라 글로 옮겨본다. ​


생각해보면 나는 늘 경직된 채 살아온 것 같다.

경직된 채, 아등바등 살았다는 것이 꼭 열심히 살았다는 말과 같은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기조차, 마음은 늘 바쁘고 복잡했다. 끊임없는 걱정과 그 걱정을 잠재우려는 혼자만의 계산들로 늘 머리와 마음이 어지러웠다. 단 한순간이라도,라고 하면 좀 극단적이지만, 마음 편히 흘러가는 대로 보낸 적이 살면서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재밌는 걸 기획했다가도 이게 이러면 어떡하지, 저게 저러면 어떡하지 미리 몇 수 앞까지 보는 아주 피곤한 타입. 그렇다고 정말 몇 수 앞을 볼 수 있는 현명함이 생겼나? 그냥 현재에,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을 뿐.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말로 포장하기엔, 이런 성격이 오히려 나를 제한하고 가두고 그 너머의 세상을 못 누리게 한 것 같다. 가장 안전한 길로만, 길처럼 보이는 길로만 다녔을 뿐 그 옆에 있는 것들은 볼 생각도 없이 미리 짜둔 선을 절대 넘지 않으면서. ​


방어기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스로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랄까. 해봤는데 안 됐을 때의 좌절감을 피하려고 시도조차 안 하고, 내가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노력을 덜 해버리는, 그래서 나중에 '내가 별로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야'라고 자기 위로하기 위해서. 정말 온 마음을 다 해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면 그 마음들이 너무 다칠 것만 같았다.

최근 어떤 일을 함께 오빠와 하면서 스스로 이런 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자각하고 이걸 깨부수지 않는 이상 내가 바라는 이상과 지금이 좁혀질 수 없겠구나, 느꼈다. 한번 부딪쳐보자는 오빠와 달리 나는 모든 걸 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지 못하면 계속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오빠, 그냥 하지 말까?" 그러다 갑자기 내가 계속 이러면 난 결국 벼랑 끝에 서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것들은 다 멀리하고 뒷걸음칠 치면 결국 언젠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순간이 올 것 같았다. 그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채로 그저 버텨낼 수밖에 없겠지? 나와는 참 반대되는 사람인 오빠를 보면서, 사람의 천성을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좀 내 마음과 몸의 긴장을 의식적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저스트 칠 앤 릴랙스! 어떻게든 되겠지! 의 마인드. 때론 그런 마인드가 나를 더 멀리 보내줄 수 있으니까. ​


올해는 무엇을 하게 되든 Chill&Relax의 태도로 임하려고 한다,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니까, 죽는 문제 아니니까 너무 심각해지지 말고. 열심히 하겠지만 안되면 뭐 어떡해. 다시 해보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