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2월은 1월과 고작 3일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다. 벌써 한 해의 6분의 1이 지나갔다니. 아직까지도 2023년이라는 숫자도 낯설어 2022년으로 썼다가 고쳐쓰는데, 3월은 더더욱 낯설기만 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삿짐센터 버스들이 아파트 단지 안을 들어오고 나간다. 엊그제는 별 생각 없이 창문을 봤다가 눈 앞에 사다리차가 떡하니 있어 흠칫 놀랐다. 3월은 신학기 시작이라 이맘때쯤엔 인구대이동이 일어난다. 내일이면 학생들은 낯선 교실에 낯선 선생님과 반아이들 사이에 톡 떨어져 바짝 긴장한 몸으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너 이름이 뭐야?와 같은 귀여운 질문을 옆자리 친구에게 건네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대답해주며 어색한 공기를 조금씩 걷어낼 것이다. 대학생들은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썰렁한 캠퍼스를 봄처럼 채우며 강의실과 강의실 사이를 우루루 옮겨다닐 것이다. 어딘가 촌스러운 화장에 뿌리염색을 하려면 한참 남은 새 머리로, 빳빳한 새 전공책들이 아무리 무거워도 백팩보단 쇼퍼백을 매고. 졸업생들이 시원섭섭하게 학사모를 던지고 간 자리는 신입생들의 달뜬 마음으로 채워질 것이다. 3월은 새로운 시작의 달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사람들에게도 3월은 분명 어떤 분기점의 역할을 한다. 봄이 오고 있으니까.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언제든 봄이 올 준비가 되어있는 3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면 두꺼운 패딩 대신 얇은 코트를 집는 따뜻한 날씨가 되어있을 것이다. 동네마다 꼭 하나씩은 있는 성질 급한 매화나무와 목련나무가 그 신호탄을 준다. 1, 2월은 아직 겨울잠을 자느라, 연말 분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 송년회와 신년회가 뒤섞여 시동을 거는 '예비 새해'같다면, 3월은 본격적으로 올해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매년 삼일절 공휴일로 3월을 시작하는 건,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 한템포 쉬고, 숨 한번 고르고 달려보자, 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을 할 사람들에게, 혹은 전혀 새롭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도 왠지 어깨를 두드리며 화이팅해주고 싶다. 곧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오고, 우리는 마치 당연한 숙제를 하나하듯이 벚꽃을 보러 가겠지. 그러다 걸친 가디건마저 덥게 느껴질 초여름이 오면 식당들은 저마다 문이란 문은 모두 활짝 열어두고 우리는 또 늘 그래왔듯 어딘가의 맥주집에서 야외자리를 골라앉아 곧 더워지겠다며 허둥지둥 생맥주를 들이킬테다. 한 해의 딱 중간쯤인 그때는 아마 2023년이라는 숫자가 너무 당연하게 익숙해지고, 그렇다고 연말을 생각하기엔 아직 한참 남아보일 것이다. 한 해의 중간, 한 해의 가장 한창 때를 그렇게 지난다. 저마다의 여름방학이 지나면 장마도, 더위도 한풀 꺾여 숨통이 트여온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그나마 살 것 같은 날들이 이어지다가 또 어느샌가 가을이 찾아와 낮에도 노을빛을 끼얹은 것 같은 단풍들이 우리를 또 밖으로 나오게 하겠지. 그러다 다시 또 겨울이 오고 우리는 붕어빵의 계절이라며 검은색 애벌레같은 롱패딩을 꺼내입을 것이다. 지루할만큼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이 사계의 일정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데도 어째 매년 질리지 않고 늘 기다려지고 설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또 무사히, 매년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들여다보면 조금씩은 특별하게 올해를 보낼 것이다.
출발선에서 자세를 잡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뭉개지듯이 웅웅 들리는 응원과 함성소리를 배경으로 긴장감을 움켜쥔 채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 신호탄이 울리고 이 들뜨는 어지러움이 가라앉고나면 각자만의 속도로 트랙을 달리길 바란다.
P.S.
내가 봄을 맞이하는 노래는 존박의 falling이라는 노래다. 가사에 봄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듣는 순간 봄이 기다려지는 노래다. 앨범 발매일을 찾아보니 2012년 2월 22일이다. 어쩌면 그때 많이 들어서 그렇게 봄맞이곡으로 머리에 박혔을 수도..어쨌든, 노래 추천드리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