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할래요, 캡처하고 지우긴 아까워서요 - 1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순간들

by 재연




글, 책, 기사, 인스타그램, 유튜브, 가게 간판..

콘텐츠라면 가리지 않고 잡식을 합니다.


그중 무심코 캡처까지 하게 되어버린 것들이 쌓이면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여러분의 머릿속 전구도 뿅 켜질 수 있길!





❶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을까?


출처: 롱블랙 아티클 <몽벨: '유행'을 거부한 50년, 일본의 파타고니아가 일하는 방법>


글이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소재가 무엇이든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야만 한다는 점에서 모든 일에는 마케팅적 소양과 감각이 필요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순수 행위하는 것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면 모를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 가장 깊이 공감하면서, 또 우연히 여러 곳에서 비슷한 내용을 읽게 됐다. 바로 "소비자/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너무 당연하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을 관성적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아차- 싶다가도 자꾸 습관적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읽히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을 찾아야 하고, 팔리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것+만들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이런 게 있으면 진짜 좋을 텐데!'라고 가려움을 느끼는 것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명심 또 명심!




❷ 하기 힘든 것, 하기 싫은 것에 정면돌파하기


출처: 롱블랙 아티클 <고사리 익스프레스 : 망원에서 신당까지, 채식으로 줄 서는 맛집 된 비결>


잠시 딴 길로 새자면, 요즘 롱블랙 아티클을 편식 없이 열심히 소화하고 있다. 앱을 켜면 매일 새롭게 도착한 아티클이 상단에 뜨는데, 예전에는 제목과 인터뷰이만 보고 "나랑은 딱히 관련 없겠네" 하고 넘기기도 했다면 요즘은 일단 누르고 끝까지 읽어본다. 다시 0의 상태가 되어 모든 가능성과 선택지를 눈앞에 쫙 펼쳐두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건 진짜 나랑 먼 분야인데 - 싶은 아티클에서 기록해 두고 싶은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다시 돌아와서 며칠 전 재밌게 읽은 고사리 익스프레스 대표님의 인터뷰.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그를 받쳐주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 인터뷰였다. 비건 푸드 스타트업을 창업하셨는데, 회사명이 '배드캐럿'이라는 점이 재치 있었다. 악당들이 지구를 구해내면서 일반적인 영웅 서사를 비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착안해, '나쁜 채소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콘셉트를 녹인 것이라고. 흔히 채소는 건강을 위해 맛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먹는 재료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튼 귀엽고 재밌는 사명.



내용 중에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워 아침 장사를 해보자고 결심했다는 내용을 읽고 인터뷰어처럼 살짝 놀랐다. 잘못 읽었다? 다시 위로 가서 읽기도. 사업을 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정면 돌파했다는 것이 멋졌다.



'진짜 좋아하는 걸 찾으세요'라는 말은 참 쉽지만 무책임하기도 해서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겠을 때 참 절망스럽고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나를 제대로 안다는 것 역시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걸 찾으라는 상투적인 말에 자꾸 휘둘리지 말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는 며칠 전 모 유튜버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고 -




❸ 많고 많은 젤라토 가게 중에 가고 싶게 만드는 곳

출처: 훌훌 젤라토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탐색탭에서 유유히 돌아다니던 중 누르게 된 게시물. 강남구 매봉역에 있는 '훌훌 젤라토'라는 곳의 메뉴판이다. 리조, 피스타치오, 솔티드캐러멜.. 같은 흔한 메뉴판과는 사뭇 다른 이름들이 있어 잠시 멈춰 읽게 됐다.


아마도 사장님이 올해 결혼을 하신 것 같다. 결혼 한정 에디션 메뉴로 '웨딩, 그 시작', '피렌척 언덕 위에서', '애정과 열정 사이' 같은 사랑이 묻어나는 작명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LA에서 먹은 아침'이라는 이름은 웨딩 관련은 아니지만, 미국 여행 때 후루룩 마신 시리얼 탄 우유라는 설명이 미국엔 간 적도 없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삿포로 스노우‘라는 소금우유 쿠키 젤라토도 삿포로라는 지명을 이름에 넣으니 뽀얀 눈이 저절로 연상돼 궁금해진다.


F&B산업에서는 결국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맛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에는 이 분야에서도 결국 명확한 콘셉트, 흥미로운 스토리가 한 끗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맛도 챙기랴 이야기도 입히랴 참 힘들겠다 싶으면서도, 나 역시 같은 메뉴라면 이야기가 있는 곳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궁금한 마음에 훌훌 젤라토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니, 방문객들이 시를 쓰고 가는 등 귀여운 디테일들이 있다.


'녹기 전에' 사장님이 쏘아 올린 공일까, 소비자로선 재밌는 가게들이 많아지는 것이 반갑긴 하다. :)




❹ 기획은 에디터에게도 필요한 덕목


출처: 네이버피셜


근 2년 간 회사에서 '에디터'라는 이름을 달고 일했지만, '진짜 나는 에디터였을까?'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제한 분량이 4-500자로 매우 짧은 정보성 글이라 과연 그게 정말 다른 이들과 차별점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은 적도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조금 더 잘, 끝까지 읽히고 글이 '맛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나름대로 머리도 굴리고 문장을 쓰고 지우길 반복했지만.



밀려드는 일과 에디터에서 살짝 벗어난 업무들이 침투했다가 이내 주 업무가 되어버리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작성하는 단계만 존재하고 그전에 먼저 어떻게 작성할지 기획하는 시간은 거의 사라졌던 것 같다. 내가 에디터가 맞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성황리에 마무리되는 행사는 기획단부터 촘촘한 만큼, 첫 기획의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때론 사고의 속도보다 손가락의 속도가 더 빠를 정도로 번쩍! 영감이 떠올랐을 때 후루룩 써지는 글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략의 기획이 머릿속에 있는 글이 나중에 봤을 때도 짜임새 있고 마음에 들기 마련이다.



네이버피셜이라는 건 사실 오늘 처음 알았는데, 네이버 소속 에디터님들이 네이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 임직원의 이야기에 대해서 쓰는 공간인 것 같다.



'기획이 6, 쓰는 게 4'라는 말에서 무한 공감을 하면서도 나를 과연 지금까지 그렇게 썼나 라는 자기반성도 동시에 하게 됐다. 본문의 내용처럼 독자들에게 내가 여길 보세요, 그리고 저길 보세요 -라고 명확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두서없이 쏟아져 글을 읽던 사람들 중 갈피를 잃었던 분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에세이를 읽을 때 종종 이런 것을 느낀다. 어떤 책은 서두에 나왔던 내용이 이렇게 연결되네 - 싶게 짜임새 있고 글을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완성도 있는 독서를 한 것만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드는 반면, 어떤 책은 그저 작가의 개인적인 깨달음과 감정의 배설, 그래고 뻔한 교훈으로 매 챕터가 마무리돼서 중도하차하게 되기도 한다. 내 글은 후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쓰기 전에 어느 정도라도 틀을 잡아두지 않으면 당연하게도 글은 이렇게 흐르게 된다.


두루뭉술한 생각을 더 션명하고 뾰족하게 다지고 요리해 주는 기획은 작고 소소한 글에도 필요한 과정이구나.




❺ 나는 나에게 소중한 자산


출처: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읽고 싶었던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아주 가끔씩 뛰는 게으른 초보 러너이지만 '딱 저기까지만 뛰자!' 이 악물고 뛰었던 경험이 생각나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아주 많았다. 그때의 생각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존재구나.. 감탄하기도 하면서.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책 속의 이 구절에 밑줄을 죽죽 긋고 싶었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어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 같은 풍경을 봐도 타인과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단어를 선택해 말할 수 있다는 것. 타인과 다른 나이기 때문에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각자에게 이미 큰 자산을 물려줬다는 것이다.



브런치는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 만큼, 이 구절이 소중하게 다가올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는 한 번씩, 아니 사실은 늘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 존경심이 들다가도 내 글과 비교하며 '난 한참 멀었구나' '글도 재능의 영역이네' 자조하게 된다. 아마 적어도 한 번쯤은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글은 읽고 쓸수록 느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쓰지 않으면 감퇴하고, 계속 기름칠을 해주며 갈고닦아야 한다. 연습과 꾸준함의 영역은 하면 되는 것이고, 결국 쓰기의 알맹이는 우리 모두가 이미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 든든하고 궁금해진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전구가 켜지는 순간들을 모아 또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