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로직

하지만 어려운

by 재연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자 한다. 위협이 오면 내 안에 숨어있던 본능적인 운동 감각이 살아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피할 수 없었던 위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면 두 번은 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뜨거움을 감지했을 때 "아뜨!" 하며 피할 줄 안다. 반사신경은 위급상황에선 놀라울 정도로 그 위력을 뽐낸다. 그런데 가끔 우리의 이런 본능적 방어능력이 마음을 지켜줄 땐 한없이 약해짐을 느낀다. 물론 심리학적으로 회피 또는 의존 등의 형태로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어떤 증후군, 어떤 장애 역시 이에 따른 발현일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머리로는 이 길로 가면 안 되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그 길로 가고 있는 스스로를 종종 발견한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더 이상 서로에게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음에도 그 관계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결국 서로의 바닥까지 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랑은 사라지고 미련만 남은 관계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서로를 속이며 고통의 시간을 더 늘린다. 때론 마음의 감기가 왔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그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기력함과 무질서함을 한껏 끌어안은 채 더 깊은 우울로, 아래로 아래로 침전해버린다. 이 말을 뱉으면 상황은 악화될 게 훤한데도 못 참고 발설해버린다. 옳지 않은 행동임에도 한 번이 어렵지, 그 한 번을 해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다.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수많은 내적 갈등에서 늘 지다가 결국 그들 중 하나가 되어버리고, 타락한다. 어쩔 땐 이 모든 걸 애초에 인지조차 못하고 저질러버리기도 한다.



인생의 자율성을 점점 가지게 될수록, 나에게 해로운 것은 멀리, 이로운 것은 가깝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종종 느낀다. 실수로 찔린 바늘을 멀리 치워버리듯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해로운 것들은 마약 같을 때가 있고, 이로운 건 입에 대기도 싫은 쓴 약 같을 때가 있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찌어찌 레이더망에 걸려 위험 경고를 보내도 머리와 마음의 싸움이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은 자꾸 가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선택들이 모이면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마음을 괴롭힌다. 왜 인간은 파괴적인 유혹에 끊임없이 시험받고 갈등하는지. 마음을 지키는 반사신경은 왜 이토록 발전하 지를 않는지. 물리적으로 아픈 건 즉각 피하면서 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앞에선 선뜻 물리치지 못하고 우물쭈물당해버리고 마는 걸까. 나에게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취하자는 그 간단하고 쉬운 로직이 이렇게 난제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