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의 제목과 인물이 맞닥뜨린 상황의 아이러니를 생각해 본다면 블랙유머를 의도한 작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는 의도를 짐작하게 만드는 인상 깊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지만 완전히 납득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오빠의 행동엔 조금만 시야를 넓혀 봐도 '아닌 게 뻔한데 그것을 볼 수 없기에 벌어지는 어리석음'이 있다. 거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고 싶게 만드는 아픔도 있다. 근데 하나가, 하나가 덜 들어갔다.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을 만드는 과정, 그 부분이 앞뒤를 연결할 수 있게끔 삐대섰어야 했다.
그런데 뭐랄까… 분명 다치고 아파하는 장면이 나오려는데 각본이 먼저 관객 옆에 앉아가꼬 눈물을 뚝뚝 흘리믄스 ‘으이그… 이 불쌍한 새 X’ 하며 추임새를 넣어 준다꼬 해야 카나. 주변 인물이 그에게 하는 행동들도 대체로 그렇다. 대개는 보는 사람들을 분통 터지게 하지만 진짜 섬뜩한 아픔을 주기엔 캐리커처화 된 부분이 신경 쓰인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는 영화가 주인공 오빠에게 어떤 선 이상으로 모질게 굴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그런 부분은 더블 주인공 격 역할을 받은 여동생 캐릭터의 행동에서도 느껴진다. 정말로 오빠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그거였을까?
물론 그러한 전개 방향도 영화가 내린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이야기가 하나하나 해결되어 가는 과정엔 따뜻한 온기가, 소박해 보일지언정 무시하고 싶지 않은 삶의 기운이 있다.
다만 주인공 남매에 가지는 각본의 따뜻함에 비하면 카메라는 이들을 간혹 배경 속에 던져버린달까 대비되는 차가운 구석이 있다. 그런 연출이 소외된 이들의 처지를 각인시키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 의견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좀 더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쪽이 각본과도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 쓰고 보니 내 감상에 비해 차가운 글이 되 버린 것 같은데 그래도 이야기의 감동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분야에 대한 지식(...)도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