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프록시마 프로젝트 글을 쓰면서 주인공과 주변의 '공기'까지 존재감을 띄워 냈다고 적었는데 이 영화도 인물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단, 이쪽은 양쪽이 만들어내는 어우러짐에 가깝다.
뻔해 보이는 소재도 막상 가까이서 보면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불치병 같은 소재 말이다. 어쨌거나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이야기니까 다행이지만 그래도 캐릭터의 생사 앞에서 시작부터 심드렁해지기는 쉽지 않다.
조금 더 인물과 가까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살피는 것으로 소재가 주는 감정의 폭은 넓어진다. 만약 이 영화도 ‘아프단다! 슬프단다! 사랑한단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단어를 찾아 던지는데 집착했다면 유구한 ‘K-막장 물’들이 연상되는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정말 많이 나오는 구도가 있다. 인물의 ‘어깨너머’로 마주한 사람의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구도만 보면 3인칭 게임 같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어스 오브 워’ 같은 게임과 다른 점은 대개 게임은 인물이 왼쪽 아래에 배치되어 있어도 프로그래밍된 객체들이 모니터를 응시하는 플레이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영화 속에서는 작품 안 인물들이 서로를 의식하고 이야기하기에 관객은 이를 관찰하는 포지션에 서게 되고.
그런 부분이 마치 ‘엿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일부 있었다. 다만 생각해보면 그런 구도에 따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도 영화가 소재와 소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태도에서 의도된 부분이 없지 않았나 싶다.
뻔해 보이는 소재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1등 공신은 카메라다. 앞 문단에 언급한 ‘조금 더 인물과 가까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살피는 것’을 몸소 실천한다. 와이드 스크린에 너무 세워둔 것처럼 보이는 구도도 있지만 그런 부분도 대체로 이야기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 말이 나와서 말은데 주인공의 설정만 보면은 오히려 어떤 선에서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싶어 하는 무뚝뚝함이나 계산적인 부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아내의 유혹에 나오는 ‘신애리’ 같은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재와 인물에 대한 존중이 있었구나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결말이 그렇다. 인물과 이야기, 제목까지 포용한다. 하긴 언젠가 빛날 수 도 있다고 믿는 것이 희망이니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