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직접 스포 없으나 영화 구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4DX가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영화의 효과에 맞춰 몸에 충격을 준다는 아이디어는 얄팍하게 느껴진다. 사람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느끼는 감흥이 다르고 똑같아 보이는 장면에서도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르다. 난 스크린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인식하고 싶은데 내 몸을 덜덜 떨리게 만들어 버리면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4D의 자극이 오락실 기구처럼 스크린의 시점에서만 진행되는지, 아니면 스크린 속 특정 캐릭터 입장에서 진행되는지 시점부터 일관적이지 않고 무엇보다도 육체의 자극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영화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4D 영화는 내 기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매체다. 심지어 돈은 더 받으니까 가성비 꽝. 하지만 앞의 문단 이야기를 뒤집어 본다면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 해 볼 수도 있다. 영화가 의도한 효과와 물아일체 되어 일관된 시점과 모두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을 4D로 구현해낸다면 그래도 그 영화에 한해서는 썩 어울리는 결합이었다고 인정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2019년에 개봉한 드래곤 볼 극장판의 최신작은 그런 면에서 4D 포맷으로도 인정할 수있다고 말하고 싶은, 아니 4D이기에 더욱 완벽해졌다고 말하고 싶은 영화다. 첫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내용, 이 영화는 딱히 내용 적으로 할 말이 없다. 우주 최강 손오공에게 또 다른 우주최강을 자처하는 존재가 나타나고 투다닥투다닥 싸우면서 초사이어인 1단변신, 2단변신, 3단변신 그 와중에 베지터는 언제나처럼 전투력측정기로 얻어터지고... 이런 투다닥투다닥하는 부분이 영화의 반을 차지한다.
근데 그 부분이 일단 지루하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출 역량을 몽땅 때려 박아 어떻게든 시각적 자극을 주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저렇게 싸워 대면 이미 지구는 산산조각이 났을 게 뻔한데도 더 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마저 기어이 부셔 나가며 액션 스케일을 극으로 밀어붙인다. 무엇보다도 4D로서 ‘화면에 때려 박히는 이펙트에 얻어맞는 관객’의 시점을 일관적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4D로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그 파괴적인 ‘움직임’이다 진짜… 진짜… 겁나게 흔들어재낀다. (솔직히 더 격한 표현을 쓰고 싶은 것을 참고 있다) 정말이지 이건… 진짜 전기 값으로 쳐도 표값 뽕뽑겠다는 수준으로 한시간 반 동안 눈 가리고 의자 움직이는 것만 느껴도 심심하지는 않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 드래곤 볼 극장판은 오로지 감각과 자극에 대한 추종으로 빚어진 영화다. 하긴 수도없이 설정이 덧붙여진 드래곤 볼 시리즈에서 팬들이 다른 걸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반대로 팬들이 기대한 부분에 한해서는 절대로 완수하겠다는 타겟 공략의 의지도 느껴진다. 엄청 스케일 큰 이야기인 데도 뭔가 일본 애니에 대한 자조적 농담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자극을 장인정신으로 뽑아낸 영화의 시점이 4D와 기가 막히게 좋은 궁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흔들어재낌 만으로도 재개봉하면 다시 가서 ‘느끼고픈’ 의향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한시간 반 동안 즐기는 오락실 4D 기계 같지만 재미만 있다면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그렇게 친다면 만 얼마 든다고 쳐도 가성비가 아주 훌륭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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