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그냥 기본은 하는 적당히 달달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도 오그라 드는,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되지 못했다.
거두절미하고 주인공 남자 여자 둘 다 너무 구식이다. 남자는 틈만 나면 아르바이트생인 여주한테 소리를 빽빽 지르는데 요즘처럼 ‘아르바이트생이 당신의 가족일 수 있습니다’ 캠페인이 활발한 시기에는 잘생긴 악덕 업주 이상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그런 한편 여주는 2000년대 초반 드라마에서 많이들 벌였을 민폐 짓을 연거푸 벌이고 자빠졌는데 둘 다 꼬락서니가 이러니 어느 쪽도 감정을 제대로 줄 수가 없다.
기본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이 없으니 어떤 이야기가 진행돼도 설렘이 느껴지질 않는다. 물론 이야기 자체의 개연성도 엉망이다. (캐릭터가 이러니 더 잘 보이는 걸 지도) 논리도 안 맞을뿐더러 심지어 이야기 진행에 사용되는 소재도 너무너무 옛날 방식이다. 여자 친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누나였다라던가...
나름 포인트로 집어넣은 환타지적인 요소는 아마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달굴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넣은 것 같다. 하지만 초중반에는 진부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가 막판에 여주한테 하는 실질적(?)인 조언이라곤 ‘밀당해라’ 같은 말이나 하고 자빠졌으니 감수성은커녕 아닌척하는 속물을 보는 것 같아 ‘감상’을 자극하는데도 실패다.
이 모든 불만사항이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귀여니 감성’ (옛날 말이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면 이런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을 장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후하게 영화를 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더라도 영화를 볼 때 느꼈던 기본적인 기술 문제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영화의 문제인지 상영관의 문제인지 사운드가 크게 들렸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주가 빽빽 소리를 지르는 대사가 많다 보니 순수한 의미로 청각적인 ‘고통’을 선사한다. 결국 못 버티고 에어 팟을 낀 채 영화를 마저 볼 정도니 말 다했지.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