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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Feb 18. 2020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 이야기

롱리뷰, 스포 없습니다 (착한놈이 나쁜놈 이긴다는게 스포가 아니라면!)

영화 포스터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새로운 마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물갈이 될 것 같다. 난 그 다음에 나온 스파이더맨도 재미있게 봐서 (사실 나는 스파이더맨 영화가 나오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계속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엔드게임을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마블 영화와 회자정리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어떤 시각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시치미 뚝 떼고 아예 처음 이 영화를 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할까? 그렇게 본다고 해도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시동이 좀 길게 느껴지겠지만 뭐 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데려 다가 뭔가 큰 강으로 흘러 갈 것 같으면서도 확 넓어지지 않고 천천히 유역을 넓혀 가는 템포가 좋다. ‘’작아 보이는’ 이야기 덕택에 슈퍼히어로가 친근하게 여겨지기도 할 것이니 속성이겠지만 마지막 장면에 도달할 만한 감정을 끌어내는데 충분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당연히 나무랄 데 없다. 마지막 장면은 마블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더라도 그 자체로 장관으로 느껴질 것이다. 헐리웃 역사상 제작비 1위의 명성이 단지 배우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피날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지만 그 자체로도 3시간을 알짜배기로 보낼 수 있는 가성비(?)뛰어난 영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반대로, 3시간이라는 공간을 지닌 것 자체가 나는 초보 관객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나 이 영화에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마블 영화 세계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이쯤에서 나의 지식(?)을 고백하자면 토르 시리즈, 가오갤1, 앤트맨 시리즈, 헐크, 캡아1, 어벤저스 1까지 안 봤다. 비율로 따지자면 한 40%는 안 본 것 같다.


그런 내게도 이 영화의 마감은 감탄스러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주제라던가 메시지라던가 그런 부분이 아니라 수많은 알력이 있었을 비즈니스 세계 속에서 필사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지탱하기 위한 명분과 구실을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 장면마다 덧댄 솜씨다. 아마도 위문단의 컬렉션을 많이 채운 관객일수록 이런 감흥의 농도가 더욱 짙지 않을까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MCU 프로젝트는 수많은 영상 산업계 종사자의 이권과 미래가 얽혀 있는 프로젝트다. 결과물이 좋아야 모두에게 좋다는 캐치프레이즈야 기본적으로 내걸고 있었겠지만 그 중에도 자기를 내세우고 싶은 목소리가 분명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무던해 보이는 덧뎀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초기 오션스 시리즈 같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얽혀 있었을 그물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입체적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스크린 안에 납작하게 교통 정리하여 내놓은 결과물은 그 자체로 헐리웃 영상산업의 빛나는 업적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교통정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은 아주 세련되지는 않지만 캐릭터에 대한 우아한 존중이 있다. 마치 프로야구 모 구단의 팬 질을 통해서만 느낄 줄 알았던, 노장 선수를 보내야 하는 설움이다든가 신인에 대한 기대 같은 감정이 교차한다. 개별 캐릭터에 애정이 있다면 더욱 특별한 순간일 것이다. 심지어 어떤 순간은 마치 본인이 영화로부터 예우를 받는다는 느낌도 들 것 같다. (취향을 비난하면서 취향을 감싸는 ‘너’를 비난 하는게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사실 모든 상황에서 그것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봤을 때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 아닐까?)


존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2019년에 나온 대작 영화 중에 이야기로만 본다면 가장 교과서적인 구성이지 않는가? 정의를 대표하는 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절대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 인간의 선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 시원히 이야기해줬음 하는 로망을 실현해 준다. 이러한 ‘착함’은 이야기의 구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능력자들로서 당당히 이름 올리는 자들 중에는 그들 스스로 성, 인종의 장벽을 넘어선 서사를 지닌 이들이 있다. 당연히 나와 닿는 구석이 많은 슈퍼 히어로를 볼 때 나 스스로 감정을 이입하기 더 쉬울 것이다. 바야흐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이야기’ 누구나 꿈꾸지만 차마 실현하지 못했던 결과물이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그 가능성을 선보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만드는 사람들이 선(善)의 가치를 세계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결국은 다 비즈니스다. 여성, 인종 등등 더 다양한 사람들을 이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적인 계획, 팬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내리사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캐릭터에 대한 대우.


그러한 의도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으로 보인다. 일단 역대 흥행순위 1위를갈아치웠다는 것만으로 영화가 상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에 극에 달했다. 하지만 여기선 좋은 영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니까 그것 만으로 이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단 이 영화뿐이랴 흥행과 만듦새 논쟁은 영화 리뷰의 영원한 단골 떡밥이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영화, 나아가 MCU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는 과정 자체가 헐리웃의 업적이고 이 영화는 그 업적의 왕관에서 중앙에 박힌 커다란 다이아랄까 그 정도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가장 거대한 자본을 통해 가장 보통의 시선을 상정하여 이야기를 풀어 내는 태도에는 일관성이 있다. 거기에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에 따라 입체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도 지니고 있어 영화적 ‘깊이’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결과적으로 뿌려지는 내용은 돈 많이 들인 후레시맨 아니냐고?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후레시맨이 좋은 영화가 못 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주변의 시공간을 딱 붙들어 맨 모습으로 삶의 이정표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바다를 일렁이게 만드는 거대한 강줄기로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만한 힘을 가진 영화이다. 그리고 mcu로부터 시작된 강줄기가 만든 힘은 이미 영화계를 넘어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난 이 영화가 지닌 힘에 찬사를, 영화를 만든 영화계에 경탄을 보내며 앞으로 이 영화를 둘러싼 동거 혹은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그린 작품이 나오길 바라며...)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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