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일러 없습니다
(2019년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되는 것과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감정이입이라는 묘약을 들고 와도 관객이 스크린에 비친 세계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가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라고 외치는 폭발력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진짜로 나를 납득시키는 러브스토리엔 사랑의 이름으로 뭉쳐 놓은 감정의 무게를 신중히 계량, 배분하는 냉철함이 필요한 것 같다.
러브 앳이 좋은 러브스토리인 이유가 바로 그런 부분이다. 남자가 가진 사랑의 눈덩이가 대책 없이 커지다 한겨울 어여쁜 눈사람을 만들고 끝! 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봄이 되고 여름이 되어도 이 남자의 사랑이 여전히 굳건할 수 있을까 시험하고 증명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돌아온 겨울에 맺어진 이야기의 결말은 남자가 지닌 사랑의 증명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하게 논리적이다.
그런 스테인리스 계량기 같은 차가움이 조금 더 불규칙적일 수 있을 설렘을 줄인 것 같기도 하지만 러브잇은 ‘사랑’과 ‘러브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잘 된 각본으로 세워진 감흥이 있는 영화다. CGV 독점 개봉이라 별 기대는 안 하고 얼마 전 역시나 독점 개봉이었던 태국 로코 ‘프렌드 존’ 정도 생각했는데 (그 영화도 나쁘진 않았다) 예상외의 수확이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