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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l 21. 2020

SF 영화 두 편 이야기

#레플리카 와 #애드아스트라 (스포 있습니다)

(2019년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동시에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 레플리카와 빵형 주연 애드 아스트라 를 보았다. SF라는 장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소재와 이야기 구조 등등 다른 점이 판이하게 많은 영화인데 비교도 해 볼 겸 같이 이야기한다.


영화 포스터


레플리카에 대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자체가 그냥 날림공사 같다. 제목에서 이야기하듯 이영화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때, 당연히 서사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생각되는 윤리적 문제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소재 자체가 서사적으로 워낙 많이 사용되었다 보니 이 영화에서 내세울 새로운 돌파구가 많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거기서 그냥 도피해 버린다. 이건 이 영화가 초반에 어떤 부분에서 ‘웃음 포인트’를 유발하는지에서도 알 수 있다. 윤리적으로 얄팍하다고 할 수밖에.


굳이 추측을 하자면 택 도안한 개똥철학을 내세우는 것 보다야 거의 ‘테이큰’ 수준으로 이야기 자체를 술렁술렁 넘기는 게 영화 보는 재미면에서는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제작진의 자위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엔딩은 그런 지향점으로 봤을 때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SF 장르물에서 신기술의 맛(특히 시간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많이 본 듯)을 잔뜩 보여주다가 영화 끝날 때 되니까 갑자기 '선비'로 돌변해가꼬 ‘미래 기술은 좋은 게 아니야 닥치고 현실이 나아!’라고 우기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컷 누렸던 기술을 봉인시키고 시골에서 단란하게 지금이 행복해 하하 호호하면서 엔딩 맞는 전개에 짜증을 느꼈다면, 윤리 따위 먹는거임? 우걱우걱 씹어 먹으면서 죽은 가족들을 복제 인간으로 살려가꼬 돈도 윽수로 마 이빠이 벌어가꼬 잘 묵고 잘 살았다! 까지 가 버리는 이 영화의 결말에 일탈적인 쾌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레플리카는 SF로서 소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다 보니 소재를 구성하는 디테일도 너무너무 대충 (뭐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는 원리라는 게 장점?)이라 과학적인 견고함도 없다. 때문에 우리가 아는 과학이 비주얼로 구현되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는 덜하다. 이야기 구조로 봤을 때 캐릭터 들의 행동도 말이 안 되는 것들 투성인데, 최종 보스가 주인공 가족을 죽이려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걸 왜 굳이 주인공 집에 찾아와서 주인공한테 미리 말해주는지는 더더욱 이해가 안 되고... (설명 봇?)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냥저냥 볼만하다는 것은 어쨌든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화술 덕택인 것 같다. 



<레플리카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영화 포스터


애드 아스트라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느낌이 강하다. 얼마큼 작가의 체험이 반영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은 이 이야기가 소재로 하고 있는 사건의 스케일 때문에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한 대장정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여정이지만 임무의 무게나 사명감은 비치지 않는다. 진짜로 주인공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아버지의 존재다. 때문에 태양계를 무대로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애어른의 아빠 찾기를 위한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정말 많이 나온다.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중2병스러운 구석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접근이 이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데 맞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 아버지를 이유도 모른 채 떠나보내고 공허한 질문을 안은 상태에서 몇십 년을 나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 밖에 어떤 생각도 끼어들지 못 한 채… 하지만 내레이션을 통해 주어지는 정보의 양이 제법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다. 하나는 내레이션을 하는 주인공의 어조 때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거의 최근에 본 어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지극히 ‘단선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한 번쯤 생각해 봤을지 모를 시간 섞기 같은 트릭도 거의 없다. 주인공의 아빠 찾기 여정을 시순으로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SF적인 상상력이나 주변 인물의 배치도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욕심 없이 등차로 배치된다. 그러한 흐름에 따라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시련은 너무 원초적이어서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십 번 소멸당했을지 모를 극한 상황이 연이어 이어지는데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분명 이런 장면들이 관객의 텐션을 올릴 만한 ‘블럭버스터’스러운 시간이 되었겠지만 이 영화의 경우 오히려 주인공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넌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거니? 싶은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나름 SF적인 상상력과 스케일을 보여준 중반부까지 보다는 오히려 진짜 혼자만의 여정이 시작된, 비로소 영화가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는 단계에 들어선 후반부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 것 같다.


애드 이스트라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고독,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우주 한 구석에 심어 놓는 아련한? 정서를 추구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난 어느 정도 그런 정서를 느꼈던 것 같고 전 인류를 구한 영웅이 지구에 귀환하고 나서 한 첫 번째 행동에 풍만한 충족감을 받았다. 내 설명을 듣고 주인공 캐릭터에 어느 정도 탐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영화를 추천하지만 사실 단순하게 다음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만 본다면 레플리카 쪽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애드 아스트라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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