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내용 스포 없지만 영화 구성 언급 있습니다
(2019년 개인 SNS에 작성한 리뷰를 옮겨서 올립니다)
어쩌다 룸메이트의 예고편을 보고 옛날 감성이 느껴지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시간이 갈라놓은 연인 이야기는 최근에 히트한 ‘너의 이름은’까지 가지 않아도 ‘시월애’나 ‘동감’ 같은 예시가 많았다. 중국 영화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한국 영화 전반에 비해 세련됨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편견으로 절하하기엔 이 영화의 만듦새는 만만치 않다.
일단 기술적으로 빠지는 게 없다. 예를 들자면, 예고만 봐도 짐작하겠지만 20년의 시간을 두고 1999년과 2019년의 상하이를 두 주인공의 엇갈리는 시점에서 해석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20년 사이에 우리 상하이가 이렇게 발전했다능!’스런 국뽕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충만하다. 초반에 두 사람의 거주지가 하나로 합쳐지는 부분이나 시간 여행의 규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돈 쓴 티가 나기도 한다. 연출 감각도 좋다. 특히 이런 소재는 선례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코드 발굴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짐작되면서도 웃길 수 있게끔’하는 연출과 편집 타이밍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감독 중에서 이걸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석 감독만큼은 아닌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유려한 흐름으로 관객으로서 많은 웃음을 주게 만든다.
그런 반면 옛날 느낌이라는 부분으로는 캐릭터를 들 수 있는데 무자비하게 남자 친구를 패다가 어느 순간부터 비련의 여인으로 급 수동적이 되는 여주와 그런 여주에게 순진맹충하게 순정을 바치는 남주는 어딘지 모르게 ‘엽녀’ 감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행히 이런 캐릭터들을 적당히 향수로 여기며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영화의 흐름은 스토리에 있다. 이 영화에서도 당연히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1. 일단 예상치 못한 존재였고 2. 어처구니없는 오해나 막장스런 캐릭터가 아닌, 두 주인공 모두가 공평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페어플레이로 여겨졌으며 3. 기억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물론 그런 깊이에 비해서는 단출하게 마무리 지은 감은 있지만 때문에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결말이 어떻게 날까 집중하면서 보게 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어쩌다 룸메이트’는 캐릭터에 대한 ‘엽녀’ 감성을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다면 아무 생각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돈 값을 할 데이트 무비로서 추천한다. 다만 솔로라면 쿠키에서 등장하는 뜬금없는 저격 멘트 때문에 상처 받을지도…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