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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l 18. 2020

영화 #반도 이야기

롱리뷰, 내용 스포 없으나 영화의 주제 및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포스터


반도를 보면서 좋은 점을 많이 찾아냈다. 일단 대자본 영화로서 빠르게 선명한 목표를 보여 주고 본론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좋다. 좁은 공간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역시나 부산행에서의 짬바가 꽁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액션이 아닌 장면에서도 인상 깊은 조연들과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으로 숨 막히는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 한편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는 자동차 액션 부분은 박살 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조금 더 디테일했으면 하는 2% 갈증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화면에서 돈 주고 누리는 호사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 줬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장점들이 온전히 영화를 보는 기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런 요소들이 영화길을 쭈욱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바구니에 담기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그 이유를 이 영화의 주인공이 강동원이 아닌, 좀비 ‘아포칼립스’에 있었다는 점에서 찾고 싶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정현과 강동원이 투샷으로 강조된 포스터라던가 (지금은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걸로 바뀐 모양이다) 부산행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라 믿었던 내가 짐작하지 못했을 뿐이다.

감독이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속 세계 묘사에 공을 들인 부분은 의심할 데 없다. 빠르게 세계관을 납득시키는 흐름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살리고 어느 타이밍에 죽일지에 대한 결과물이 인상 깊었다. 누구누구부터 죽겠네~ 싶은 관객의 예상을 대부분 훌륭하게 깨 주는 의외성은 기본,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떤 경우에 죽음을 맞이하는가(혹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이 느껴졌다. 모두 받아들이기엔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숭배와 경시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부분에 납득도 갔고. 주인공(?) 시점에서 영화 속 좀비의 비중이 ‘그 정도’인 것도 논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는 의견을 가져다가 오로지 감독의 노고와 의도를 곡해한 관객의 오해 때문으로만 돌리는 것은 찝찝하다. 물론 영화 속 세계는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딱딱 짜 맞춰져 있다. 큰돈을 실어 나른 차가 마지막에 활약하는 부분을 보면 시퀀스 안에서의 논리도 기발하게 잘 맞춰 낸다.

문제는 감독이 통제해 놓은 부분 그 이상을 체감할 공간이 영화 속에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와 스케일, 모든 것이 통제돼 있고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포칼립스는 관객에게 황량함과 절망을 끼얹기보다는 전시하는데 그친다. 강동원과 이정현의 이야기만으로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관객들이 생뚱맞게 전시된 액자 바깥의 맥락을 어디까지 상상해 줄 수 있을까. 이래저래 뭐 진행 할라카니까 이야기 다 끝나고 누군 죽고 누군 사네 역시 XX라서 살려주는기가? 야 신파네 이야기 대충 썼네.

자본에 여유가 더 있었으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좀 더 세계관을 묘사해 줄 수 있었을까? 관객과 감독이 인식했을 주인공의 차이, 감독의 집념과 역설적으로 그 점이 한계를 보인 세계관의 묘사. 반도는 건실한 자재와 완성품의 불협화음이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영화다. 설사 관객이 영화의 주인공을 온전히 인식한다 해도 2시간을 풀로 몰입시킬 영화하고 자신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한테는 감독의 의도로 꽉 짜여진 세계이기에, 오히려 진중한 메시지와 그 결을 영화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이 수수께끼 같은 재미를 주는 부분도 있었다. 다 떠나서 그냥 군데 군데 나오는 멋진 장면들을 보면서 누가 죽고 살까 예측하면서만 즐겨도 재미와 눈물을 얻어 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전에 ‘익스큐즈’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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