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J YP Jul 18. 2020

영화 #시라이 이야기

숏리뷰, 영화의 소재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영화 초반에 남자 주인공이 영화의 근간이 되는 괴담을 듣고 나서 얼이 빠진 여자 주인공에게 왜 방금 들은 이야기가 무서운지 ‘설명’ 해 주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은 사실상 거기에서 전부 결판 나버렸다.

얼추 일본 공포영화라면 생각나는 이미지들을 따라가면서도 그 몰입감이나 관객으로부터의 공감 같은 부분은 따라가지 못한다. 첫 번째 원흉은 앞 문단에서 암시한대로 불필요한 설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고로 동양 귀신이라면 아리까리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줄줄 읊어대는 설명에 김이 빠진다. 심지어 귀신의 ‘공략법’이 드러나는 부분은 그 단무지 같은 논리 때문에 어이없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본 귀신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시퀀스 안에서의 진행도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과장하자면 병원에 가는 장면을 보여 준다 했을 때 정문 지나가고 -> 복도 지나가고 -> 문 여는 장면 나온 다음에 -> 의자에 앉고 나서야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하나의 장면도 주석을 주렁주렁 달아서 설명하려 하는데 다루는 주제들은 판만 크게 벌렸다. 자식을 잃은 슬픔, 동생에 대한 애증, 친구를 지키지 못한 데서 오는 죄책감. 제대로 파면 하나만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깊이를 갖춘 소재지만 이런 식의 서술 방식에 정작 깊이 있게 팔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언급하는데 그친다. 아 그리고 그 와중에 남주랑 여주랑 썸도 타야 된다.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를 메인으로 잡아 집중할 수는 없었을까? 가령 ‘링’은 결국 자식을 지키고 싶은 모성이 메인이지 않았는가.

그래도 사람으로부터 섬찟함, 찝찝함을 자아내는 설정이나 장면들이 없지는 않았다. (아주 악의적인 부분까지 가지 않고 절제한 부분도 좋았다) 여주인공의 결말처럼 예상을 벗어난 전개도 일부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좋은 일본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좋은 일본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초보 영화인들을 위한 (주석이 주렁주렁 달린) 가이드 같아 보인다. 게임으로 치면 얼추 아는 게임 후속작의 튜토리얼 방송을 보는 느낌.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작가의 이전글 영화 #미안해요리키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