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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l 04. 2020

영화 #날씨의아이 이야기

롱리뷰, 전개 암시와 '너의이름은'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2019년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똑같은 표현을 애니메이션으로 할 때 실사 쪽보다 등급 판정이 유하게 매겨지는 편으로 알고 있다. 이건 뭐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 거의 12세 이용가를 받는 것만 봐도 맞는 것 같다. (극장판마다 죽어나가는 사람이 몇 명인데!)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15세 이용가를 받은 <날씨의 아이>를 보기 전에 제법 센 장면이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갔었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생각 외로 노골적인 표현은 없었다. 그러나 소재 자체는 여전히 논의의 필요가 있는 센 요소가 많았다. 가출청소년, 총기 소지, 윤락가 등등.


그런데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싶었다. 내 경우에는 2/3쯤 먹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너의 이름은>과 비교한다면, 난 그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 속에서 타키와 미즈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단 한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남자 여자 몸 바뀐 코미디 (시크릿가든) + 시간이 갈라놓은 연인 이야기 (시월에) 선례가 생각나는 이야기 때문에 이야기에 진지하게 몰입하기보다는 장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주인공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무게를 둔 영화의 톤으로 결말을 짐작한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거기에 비교하면 날씨의 아이의 이야기는 적어도 훨씬 오리지널 같아 보이고 거의 마지막까지 두 연인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긴장감이 유지된다. 심지어 결말마저도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의 결말로서 그 무게감의 의도가 짐작이 간다.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할 관객도 많을 것 같지만…


다만 난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가슴 한구석을 통렬하게 팡 때린다고 해야 하나 그런 여운이 남는 ‘걸작’의 반열에 올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는데 당연히 이쪽이 더 선명하고 예쁘게 그려졌고 연출도 다이내믹하지만 센과 치히로에서 그 장면을 봤을 때 두 주인공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짜릿함, 거기에 나의 인생까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각본에서의 통찰력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물론 이야기적으로 중요한 단계이고 어쨌든 그림이 이쁘니까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소년 소녀를 사랑하다’ 이상은 결국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여운 문제는 주제와 캐릭터, 대사를 일치시키는 깊이가 없다… 고 두리뭉실하게 말할 수도 있으나 그냥 이야기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니까 전개의 신뢰가 떨어지는 거다. 난 솔직히 남자 주인공이 그토록 고향을 떠나 도쿄로 오고 싶어 하는 건지 그 부분부터가 납득이 잘 안됐고 여자 주인공이 내린 결단에서도 무책임한 인상을 받았다.


그림 보는 재미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그런 면에서 시각적 자극은 풍부한 영화라고 느꼈다. 지금 고백하건대 2018년에 도쿄를 다녀온 입장에서 잠깐이나마 보고 느꼈던 도쿄의 느낌을 엄청난 디테일로 재현한 집념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네온사인이 칸단 위로 파파팍 켜질 때는 순전히 그 디테일에 소름이 끼쳤다. 연출 부분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이 많은데 불꽃놀이 장면은 ‘우리 니뽄 아니메의 기술력을 느껴보라능!’ 같은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지만 알면서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결론을 이야기 하지만 <너의 이름은>과 비교했을 때 코미디는 down / 멜로는 up 해서 종합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다. 작화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자연 묘사 쪽 보다는 대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을 때 점수를 훨씬 잘 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날씨의 아이>는 예쁜 그림으로 몰입할만한 이야기를 하는 볼만한 극장용 아니메다. 그러나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걸작’으로 올릴 수는 없는 그런, 뭔가 감흥이 떨어지는 부분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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