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줄거리스포 없으나 캐릭터 설정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꼭 영화뿐 아니라 어떤 매체건 주인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이야기도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 놀음이다 고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일단 참 좋은 ‘주인공’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먼저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좋다.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건전하다. 게다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주인공을 굴리는 부분이 없다. 그런 부분에서 주인공을 존중해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출에서도 이러한 존중이 드러난다. 겉으로는 ‘주체적인 여성’ 운운하면서도 카메라로는 주인공의 몸을 변태적으로 비춘다거나 하는 위선이 없다. 수영복을 입고 서핑을 즐기는 주인공이지만 화면 내에서 음란하게 소비되는 부분이 일절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야기로만 봤을 땐 채우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은 있다. 사실 주인공의 상실과 성장 이야기는 영화의 80% 정도에서 다 끝났다. 그 이후론 순전히 돈 들인 클라이맥스 장면을 만들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이야기를 짜낸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이 후반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다른 이유도 있는데 주인공의 남자 친구에 대한 이전까지의 모호한 해석에 결론을 내려 버린다는 점이다. (근데 이야기를 쓰면서 든 생각이 결국 그런 부분도 주인공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쓰여진 게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선이 디테일하지 않고 프레임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똑같은 불꽃놀이 장면도 ‘날씨의 아이’처럼 우와~ 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유려하기보단 거친 파도의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 것이고. 특히 물속에 비친 남자 친구의 ‘일렁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움직임들이 순간순간 잔상처럼 박히는데 거기서 느꼈던 감흥이 인상 깊었다.
이야기로만 보면 아주 유려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좋은 주인공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하는 착한 영화로서 그림 보는 재미도 갖춘,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다만 특정 노래가 너무!! 자주 나오는 게 관람에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겠다. (물론 이유는 나온다 근데 노래가 제이락 같은 밴드 사운드가 아니라 몇 년 전 케이팝스럽다 실제 영화에서도 예전 노래라는 설정)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