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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l 11. 2020

영화 #불량한가족 이야기

롱리뷰, 결말 제외한 내용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초반 20분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다들 싸움닭들 밖에 없다. 옷깃만 스쳐도 니가 뭔데 눈 X아 시비 붙을 사람들뿐이다. 약간 기시감도 들었다. 이 정도로까지 만인에 만인에 대한 혐오(…)가 넘쳐흘렀던 영화가 작년에 있었다. 작년에 오지호 씨가 나왔던 ‘수상한 이웃’이라는 영화인데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을 너무나도 헐뜯는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브런치에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따로 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굳이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적어도 ‘그 영화’보다는 나았다는 결론이긴 하다)


사실 진상이라던가 꼰대를 전시해 놓고 '썩을 넘'욕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오히려 실제 상황에서는 없을, 진하게 채색된 인물이기에 더욱 시원스러운 욕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근데 영화에 나오는 ‘모든‘인물이 이렇게 과장된 인간들이라면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다. 영화 안에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래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박초롱 배우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에게 ‘어떻게 되건 말건’ 싶은 감정이 들고 말았다.


사실 박초롱 씨도 이 ‘혐오 월드’로부터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비유하자면, 예전에 무슨 만화에서 본 듯 한 이야기로 장학퀴즈를 하는데 다들 오답만 난무하면서 감점에 감점이 쌓이다 보니 한 번도 손을 안 든 학생이 1등을 하고 만 것이다.


물론 영화가 끝까지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도구로 남지는 않는다. (그 점이 저~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의 차이점) 당연히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고 그나마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초롱과 김다예가 뭉치면서부터는 배우의 매력과 함께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이 '혐오 월드'에 통풍이 되어 준다.


하지만 대비 효과라도 주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인물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도록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가령, 박초롱의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찾아야 된다 생각하면서도 당장 닥친 택배일을 놓지 못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건 그 자체로도 생각할 거리가 있고 또 감정적으로 관객을 쥐고 흔들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근데 딸이랑 만난 지 한 이틀밖에 안된, 영화 속에서 양아치 짓밖에 보여 주지 못한 놈이 쳐들어와서 ‘그러고도 네가 아빠냐 그깟 일이 뭐가 중요하냐’ 이 지X 하고 자빠지면 ‘지가 먼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분노는 캐릭터의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에서 한 삼분 정도 나오는 (전 남편에게 양육권이 있는 딸이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랑 단 둘이서 자기 눈앞에서 도망치는 꼴을 봤음에도 왜 전남편에게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박초롱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하는 모든 단어 한마디 한마디가 (역시나 딸이 실종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전처에게 연락할 생각을 왜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남편 (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혐오로 점철돼 있다.


이런 부분은 두 주인공이 속한 기존 세계의 구성원을 서로의 입을 빌어 비판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근데 이런 디테일로 내뱉는 말이 그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설정만 보면 이 영화는 ‘보수적인’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억압받는 박초롱의 삶이 ‘진보적인’ 팸을 만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근데 위에 양아치 놈이 한 말을 봐라. 나이만 젊지 하는 짓은 백배는 더 꼰대다. 다들 이런 식이다 (사실 주인공 아빠도 실제였으면 클레임 여러~번 당할 것같이 나온다) 아니면 그냥 이상하거나 아니면 하는 게 없거나.


이런 혐오 대환장파티에서 탈출한 두 명의 주인공들도 결국 영화의 배경 때문에 손해를 보고 만다. 특히 김다예 같은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고 만 케이스다.


카페에서 진상 부릴 때만 하더라도 호감도가 바닥까지 갔었는데 그나마 박초롱과 함께 하면서 위 장학퀴즈 비유와 같은 이유로(!) 호감도가 회복을 하고 마지막에는 반전을 통해 그녀가 내뱉는 혐오의 이유와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까지 이른다. 이 영화에서 오로지 이 인물만이 유! 일! 하게 받는 혜택(꼬우면 주인공 하세요?). 죄와 참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뿐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가까이 존재할 법 한 청소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을 거리를 내밀어 준다. 물론 주변 상황이 그런 교훈을 배양해주지 못하기에 그녀 혼자서 펼처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영화가 그녀에게 공간을 주지 않았다고 해야 되나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을 의도하긴 했겠지만 결국 초반부 혐오 파티에 그녀를 묶어 버렸으니까.


반면 박초롱은 좀 다른 케이스로 이 쪽은 손해 본 것 같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경우. 한번 더 장학퀴즈 이야기를 하자면, 거의 끝까지 손을 안 든 참가자 같다. 물론 너무 투명하기만 할 순 없으니까 김다예와 대응되는 교훈을 전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초롱의 캐릭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국 영화 마지막까지도 두리뭉실 이상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 같다. 이혼한 엄마에 미안함과 원망함을 지니고 있었는데 엄마 집에 한번 다녀오고 (심지어 엄마를 만난 것도 아님) 갑자기 ‘엄마도 사정이 있었겠지 다 이해해…’ 모드가 되어 버리면 어떻게 우리가 ‘이해’해야 하나? 결국 영화 속에서 공간을 주지 않은 것은 박초롱도 마찬가지다 공간이 있어 보여도 숨 쉴 수 없는 수중에 있다.


스스로 믿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해 줄 캐릭터들을 좀 더 소중히 대할 순 없었을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하고 더 많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사랑이 아닐 수 있어도 관객이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세워주고 주변 캐릭터 정리를 잘하고 그랬다면… 그랬다면 김다예가 박초롱에게 하는 ‘니 연주는 마약 같다’는 대사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긴 이 영화를 만드신 분들이 이렇게 긴 자판이나 치는 나 따위보다는 훨씬 더 매체에 대한 공부도 하셨을 것이고 여러모로 신경을 쓰셨을 것이다. 영화의 때깔이야 역량과 상관없는 부분도 관련되어 있는 거니까 ‘내도 포샵 갈키 주면 저거는 하겠다!’ 카는 거는 너무 생각 없는 비난 같다. 그래도 하찮은 사람이 내뱉는 단 돈 칠천 원짜리 넋두리에 불과하니까 어떻게 생각하시든 현피까지는 가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고 영화를 만들어 주신 모든 제작진과 배우분들이 이번에도 성과를 내주셨지만 그래도, 그래도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원하는 결과물 이상의 성취감이 남는 경험을 하셨으면 싶다. 아니 좋겠습니다...



여담, 사실 박초롱 씨가 영화 시작 전부터 저에게 호감이었던 이유는 제가 올 상반기 너무나 자주 들은 ‘덤더럼’을 부른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이기 때문입니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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