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실화 영화지만... 그래도 스포 있습니다
예고편만 보면 세명의 여성이 편견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줄거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그 사이에 드러나는 진한 우정과 선의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일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구조가 그렇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이 예상외였다.
일단 세 여성의 이야기는 영화 안에서 거의 ‘따로 논다’ 물론 대의의 중요성은 의식하고 있는데 다들 자기 위치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세명의 여성이 같은 카메라에 나오는 커트는 하나밖에 없다!) 실제 세명을 오가는 영화의 흐름도 좀 산만하면서 따라가기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흐름을 놓치거나 각본상으로 왜 저 사람은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든거지? 싶은 장면도 없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엇나간 구도 라던가 한 화면 안에서 초점 변환이 이루어지는 연출 같은 부분이 잘 제련된 고오급 저널을 연상시킨다. 다만 연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저널 스스로 목적을 지니고 또박또박 읽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그런 스타일을 차용한 채 내내 휘몰아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막도 ‘1년 후’ 같은 배려가 없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거야? 빨리빨리 알아채야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걸 보면 영화에 대한 혹평 같은데 사실 반전은 난 영화의 이런 흐름이 사건을 체감하는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일리 있는 시각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보수 이념을 기치로 내건 방송국에서 ‘여자’로서 본인의 이념과 반대되는 부분이 있어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버티고 버티는 이야기. 지켜야 할 가정과 커리어에 대한 걱정, 방송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안고 버틴 끝에 내려진 승리가 비록 짧은 달콤함을 줄 지언정, 여전히 견뎌내야 할, 닥쳐올 폭풍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여준 ‘화합’의 모습이 부족했기에, 사건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그저 큰 물줄기의 방향이 그러했을 뿐, 인간들은 작은 조약돌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 정도로까지 주인공 3인방에게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사탕발림 같은 칭찬도 사건에 대한 판단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녀들 각자가 휘몰아치는 카메라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믿고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 나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를 끈덕진 감정이 차오르게 된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