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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Aug 08. 2021

나 다움

집단 속에서 흔들린 나다움을 꽉 잡아본다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적응한다는 핑계로 즐겨하던 글쓰기, 독서, 운동에 소홀했다. 예민한 성격 탓에 새로운 곳에 적응하게 되면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극도로 치솟는다. 회사생활을 한 지 7년이 되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유형의 업무를 배워가는 것은 늘 어렵다. 빠릿빠릿하게 처리하고 싶은데 매뉴얼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진행하다 보니 내 손놀림에 확신이 없다. 당당했던 내가 쭈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자존심이 상한다. 경력직으로 채용되었으니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던 팀 리더의 바람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간혹 내 판단이 틀렸다는 지적을 들으점차 위축된다. 하지만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창피하니까 애써 쿨한 척했다. '누구나 처음엔 그럴 수 있어' 라며 스스로를 다독지만 이전의 회사에서 진행하던 방식들과 상이한 부분들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어색하다.


게다가 새로운 집단 속에도 여전히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 강도와 방식만이 조금씩 다를 뿐, 맞지 않는 사람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겪는 정신적 피로감은 상당하다. 다행히도 따듯한 성향의 사람들이 눈에 더 많이 띄기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애써 무시해본다.


성향상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나의 호와 불호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불특정 다수가 좋아하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지만 관심이 많은 척했고, 대다수가 내는 의견에 공감하지 않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나 또한 맞는 것 같다며 끄덕였다. 나는 괜찮게 생각했던 사람인데 여러 사람들이 험담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운 일, 사람, 공간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보니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누리지 못하며 미루게 되었다. 결국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갑작스러운 허탈감과 으슬한 몸살기를 느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온전한 나다움을 항시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 그렇기에 '사회용 나'와 '진짜 나' 사이를 적당히 잘 조절하는 것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많은 직장인들이 고충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무너질 땐 '나 다움'이 완전히 소멸될 때였다. '나'라는 존재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걸 추구하는지 조차도 망각한 채로 집단의 생각에만 완전히 잠식되었을 때.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할 때.

그런 시기들이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올 수는 있겠지만 잠식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쌓인 생각을 버릴 것과 간직해야 할 것으로 자주 분리하고자 한다.


오늘은 머릿속을 비운 채 내게 관대한 하루를 보냈다. 꽉 찬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자를 조합해보고, 타인의 글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경험했다. 미루기만 했던 운동도 땀 흘려했고 잠도 푹 잤다. 이렇게 집단 속에서 잠시 흔들렸던 '나 다움'을 다시 한번 꽉 잡아본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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