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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28. 2021

브런치 작가 되면 돈 버는 거냐고?

불필요한 소비 욕구가 줄었으므로 돈 벌었다고 할 수도 있겠군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전의 나는, 종종 개인 블로그에 패션, 화장품, 맛집, 카페 등을 주제로 한 캐주얼한 느낌의 글을 올리곤 했다. 감정날것으로 표현한 글은 혼자만 볼 수 있는 다이어리에만 기록했다.


틈틈이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에세이, 소설, 심리 관련 서적 등을 좋아했다. 다른 존재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궁금했고, 혼자만 민감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결코 민감한 반응이 아니었음을,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들을 통하여 위로받곤 했다.


책 외에도 브런치 앱을 자주 열어 보며, 각자 스타일로 맛깔나게 써 내려간 글들을 읽었다.

내심 부러웠다. '나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으나 타인에게 솔직한 감정을 담은 글을 꺼내 보인 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다이어리에 손 글씨를 쓰다가 손이 아프단 이유로 글을 짧게 끝내는 게 아쉬워, 생각이 많을 때마다 '브런치' 속 '작가의 서랍'의 글 저장 기능을 통해 혼자만의 감정을 토해냈다. 공개된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쓰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오롯이 마주 보며, 스스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었다.


어느 순간 용기를 내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게 되었고, 며칠 뒤 합격(?) 메일을 받아보았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받아보았을 문구였지만, 처음 그 문구를 보자마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미 '브런치'를 잘 알고 있던 지인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나라는 사람의 기쁜 감정을 악의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이들 덕분에 행복함을 느꼈다.


간혹, '브런치'를 잘 모르는 일부 지인들은 순수하게 묻곤 한다.

"브런치 작가 되면 돈 버는 거야?"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수익은 없다.


공모전에서 입상을 해서 상금을 받거나, 연재 제안을 받거나, 책 출간으로 인한 수입을 얻을 순 있겠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희박하며, 엄청난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을 땐, '첫 월급'을 받았을 때보다 더 설레었고 벅차올랐다.


금전적 가치로 인한 기쁨이 아닌, 나 혼자 품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낸 글을 타인이 긍정적으로 봐주었다는 기쁨,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글 쓰는 자들의 공간에 입성했다는 뿌듯함, '글' 그리고 '책'이라는 요소에서 나라는 사람은 '독자'의 역할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역할도 할 수 있다는 설렘 등의 복합된 감정이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작성한 글을 발행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틀린 표현은 없는지, 어색한 구절은 없는지 여러 번 읽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여러 책들을 통해 글쓰기의 장점 및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이런저런 글들을 작성해나가면서 매일 같이 요동치던 내 마음이 전보다 평온해졌음을 느낀다. 직장에서 어이없는 일을 겪고 시부렁대는 일상 속 외적인 모습은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글을 쓰기 전의 나는, 틈만 나면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옷, 신발 등을 끊임없이 구경하며 '패션 아이템' 들을 구매했고, 집 앞은 항상 각종 택배로 쌓여있었다. 늘 즐겁기만 할 줄 알았던 택배 박스를 칼로 뜯어 개봉하는 행위가 귀찮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으나,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각종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지속했고 그 물건들에 대한 블로그 리뷰를 작성하는데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곤 했다.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된 뒤로 다른 분들이 발행한 다양한 글들을 더 자주 읽어본다. 평소 가볍게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했고, 가슴 한편 답답해하던 감정과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가기도 했다. 평소 어려워하던 경제 용어나 사회현상 등에 대한 내용을 쉽게 연재한 분들의 글을 보며 몰랐던 상식을 뇌 속에 장착하기도 한다.


이렇게 글의 공간에서 여러 간접 경험을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핸드폰 메모장 , 다이어리 등 보이는 곳마다 '이번 달은 옷 사지 말기!' 셀프 캠페인을 주최하고, 다짐했을 때도 처참히 실패했는데, 글을 적는 행위에 관심을 쏟아부으면서 자연스레 소비 생활을 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목적성 없이 처참하게 비워져 가던 통장잔고가 안정감 있게 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니. 남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 있으나, 소비를 통해 불안감을 달래며 일시적 즐거움을 추구했던 나에겐 감격스러운 변화였다.


아직 의욕 활활 오르고 있는 시기라 조만간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낄 수도 있겠고, 날씨가 따듯해지면 봄옷이 필요하다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일시적이지만 큰 변화를 경험했고, 스스로의 내면을 갈고닦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게 되면서 얻은 소중한 감정들과 긍정적인 효과가 많으니 '수익(이익) 이 없다'라고 할 수도 없겠다.




브런치에는 내면의 감정과, 나라는 사람이 아직 짧을 수 있는 인생에서 겪은 일들을 진지한 태도로 서술하고자 하며, 블로그에는 잠시 소홀해진  관심사인 패션, 화장품, 카페, 맛집 등에 대한 가볍고 캐주얼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작성해나가고자 한다.


감수성 풍부한 나, 옳고 그른 게 확실해야 하는 나, 옷을 좋아하는 나, 깨끗한 공간 속에서 생각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나, 색상 표현을 좋아하는 나, '나'라는 한 사람을 여러 캐릭터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 또한 글쓰기의 매력이다.


직장생활의 쓴 맛을 인내하며 지극한 현실 속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글을 쓰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소수의 타인에게라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 이 글은 나중에 초심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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