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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Nov 16. 2023

먹성좋고 기운 넘치는 무용선생.


수강생분들중에 가녀린 그녀들이 있다. 체구도 작고 마르고 가녀린 그녀들. 나는 무용을 하면서 단 한번도 저렇게 가녀린 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체질적으로 가시같이 마른 친구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무용과 동기나 선후배들, 공연하면서 만났던 동료들은 다들 먹성이 좋았다. 나도 그랬다.

오히려 무용하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무용을 하면서부터 음식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 생겼다. 대학에 들어가려면 가시같이 말라야한다는 그런 생각들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길고 마른 몸으로 춤을 추는 것이 동작의 조형미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무용복은 해녀복처럼 타이트했으며, 무용의상들은 다 천쪼가리뿐이었다. 넘쳐흐르는 잉여의 살집들을 도무지 감출 길이 없었다. 그저 사그리 드러내야 했다. 그런 몸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웬만한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매우 힘겨웠음을 고백한다. 같이 무용하던 모든 친구들 모두다 살과 다이어트에 예민했다. 나도 그랬다. 음식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먹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는 강박이 되었다. 폭식과 절식을 수십번씩 왔다갔다했다. 난 폭식파였다.



무용 입시때 다이어트 스트레스는 정말 상당하다. 입시 때까지는 깡말랐다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보통은 살이 훅 찐다.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한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학교 공강 때마다 단체로 우리 무용과 동기들은 피자집이며 부페 등 근처 식당을 마음먹고 털러갔다. 다들 밸트를 풀고 매우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중에 내가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무용수 생활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스럽게도 예전같은 음식에 대한 강렬한 집착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부단히 의식하지 않고 절제하지 않으면 이전의 눌려있던 무의식 속 짐승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나는야 아직도 먹성좋고 입맛좋은 40살 무용선생.



가녀린 수강생분의 몸을 보면서 아직도 음식에 욕심을 내며 필요 이상의 음식을 탐하는 나는 다시금 음식절제에 대한 결의를 다시 다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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