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Nov 11. 2023

늦은 밤 한갓지게 동네산책을 한다


늦은 밤, 걷고 싶어서 밖에 나갔다. 매일 걷던 길 말고 다른 길로 들어섰더니 어느새 곳곳에 새로운 동네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옆 가까이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집과 가게들이 들어선 구역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동안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다시보는 곳곳의 동네 풍경이 생경하고 흥미로웠다. 마치 오늘 새로 이사온 사람마냥 어머! 여기에 이런 곳도 있구나.. 새삼 놀라워하며 두리번대었다. 한국땅이 땅콩만큼 좁다좁다해도 새로운 공간이 무한대로 펼쳐진다. 공간을 다 탐험해 볼 수 있다면 무척 신날 것 같다. 하지만 유한하고 물리적인 인간은 그럴 수가 없다. 그저 짧은 생애에 몇몇의 굴레지어진 곳들과 몇몇의  장소들에 있다가 결국엔 떠나야 할 뿐이다. 세계는 무척이나 광대하고 불가사의하다. 나는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 여기는 또 어떻게 생겨났는지, 여기서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한껏 충만하게 사는 인생이라 할 수 있는건지... 답도 없고 정해진 것 하나 없다. 버팀목 하나 없다. 가끔 모든 걸 다 알 수 있을 것 같이 가깝게 포착되는 세계는 또 실제로 들여다보면 세상 이렇게나 비밀스럽고 신비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뭇잎이 떨어져 쌓인 거리를 보니 가을이었다. 발로 나뭇잎을 헤치니 부스럭 부스럭 마른 소리가 났다. 약간은 쓸쓸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다. 밤이 내려앉은 동네정취는 낮의 얼굴보다 훨씬 풍부하고 감상적이었다.
밤이 조용히 무르익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무용이야기] 현대무용은 대체 왜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