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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Dec 08. 2023

[나의무용이야기] 무용수업 스케치들.


 # 일본의 디저트류는 정말 맛이 좋다. 희한하게도 나는 일본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가르치던 제자가 일본에서 사온 사탕과 쵸콜렛, 빵을 내게 건네주기전까지는 말이다. 그 제자를 통해서 나는 일본 디저트계의 진면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매우 단순하게도 그 이후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한 수강생분이 일본 도쿄로 잠깐 여행을 다녀오신다고 했다. 괜히 옆에서 듣는 내가 다 설레었다. 내가 일본을 가는 것도 아닌데, 흥분을 해가며 일본 디저트가 그렇게 맛있으니 꼭 드셔보셔라, 편의점에 꼭 가보셔라 등등 열변을 토했던 것 같다.

또 하필 그날 저녁 수업에는 또 다른 수강 학생이 일본 빵을 공수했다면서 내게 가져다주었다. 안에 쫀득달콤한 딸기크림이 차 들어가있는 부드러운 빵!

수업 하나를 마치고 힘이 빠져서 축 쳐질 때, 이런 달콤한 디저트류를 먹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하아... 절제해야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선사하는 행복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것.




# 수강생 그녀를 통해 사진으로만 봤던 '그'가 드디어 연습실에 방문했다. 한참 그녀와 수업을 하고 끝날 때 즈음, 누가 연습실 문을 열고 쓰윽 들어왔다. 그이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꼭 한번 같이 오시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말이었다. '그'이는 일도 바쁘실테고 또한 생애 처음으로 춤추는 공간을 방문한다는 것이 그다지 수월한 일은 아닐거라 예상을 하고 마음을 좀 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곳에 오신게 아닌가. 꿈꾸는 소년같이 생긴 그이를 보면서 그녀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대번에 생각했다. 그녀는 연습실에들어선 그를 보고서 갑자기 무척이나 쑥쓰럽고 낯설어 했다. 집에 가면 그에게 무용수업에 대해서 조잘조잘 참새마냥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는다는 그녀는 막상 그가 연습실에 나타나자, 낯섬과 당혹스러움, 기쁨이 섞인 다채로운 감정의 파도에 맞닥뜨린 것 같다. 그는 무용실 뒤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춤을 추었다. 그렇게 과감하고 당차고 자신있게 춤추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흥분을 심하게 한 나머지 뒤에서 같이 일어서서 꿈틀꿈틀 꿈쩍꿈쩍 대었다. 아마 소리도 질렀던 것 같다. 아...진짜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자기 속으로 쏙 들어가서 집중하며 춤추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벅참과 고양, 뜨듯함,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그 순간에 행복했다. 그리고 내 삶, 내 존재가 쓸만하다고 가치있다고 다시한번 느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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