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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Dec 18. 2023

[나의무용이야기] 오늘의 단상.


오늘은 갑자기 어디에서 힘이 났는지, 수업 전 연습실을 불나방마냥 마구 뛰어다녔다. 이렇게 저렇게 점프를 해대었다. 통통통 점프 스쿼트까지 착실히 해주었다. 숨이 차고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하니 몸이 풀렸다. Bar를 시작했다. 이제는 인이 박여서 웬만해서는 무용 바 운동으로 땀이 흠뻑 나질 않는다. 게다가 날이 추우니 딱딱하고 차가운 몸이 바 운동으로는 금세 잘 데워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확실히 바 운동에 앞서 열심히 뛰어서 몸을 살짝 데워주니 몸이 훨씬 부드럽게 잘 풀리는 거였다. 땀이 퐁퐁 솟았다. 바 운동 할때 신체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내부적으로는 묘하게 평온하고 관조적으로 느껴진다. 고요한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다. 조용히 바 운동하는 이 시간이 정말이지 만족스러웠다.



그래 이렇게 움직이면 정신에 신선한 물이 들어오듯 생생해지고 풍성해지는데, 어제는 양껏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더니 그래서 괜한 생각에 사로잡혔나보다. 골머리를 앓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며 심각해지고 무거워졌다. 몸이 콱 풀어질만큼 양껏 움직이지 않으면 응어리같은 에너지가 몸에 남는다. 그리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잘한 상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움직이면 나는 산다. 움직일 때야 질서가 세워지고 나는 새처럼 가벼워진다.

     

   




'대체 무슨 일이지' 니콜라이는 나타샤의 노랫소리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온 세상이 집중해 다음 선율, 다음 가사를 기다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세 박자로 나눠졌다. '오 무정한 사랑이여..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하나...오 무정한 사랑이여.. 하나, 둘, 셋...하나. ' 아, 우리 인생은 부질없다.'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불행도 돈도 미움도 명성도 다 부질없다...저것만이 진짜다. 나타샤, 잘한다, 멋져..! 시음은 어떻게 부를까? 그래, 브라보!' 그는 자기도 모르게 3도 높은 고음 파트로 시si음을 부르고 있었다. '아, 멋지다! 내가 노래를 부르다니!' 그 3도의 성부가 얼마나 높게 울려 퍼지고 니콜라이의 마음속 아름다운 무엇인가와 얼마나 공명했는지 모른다. 그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하고 있었다.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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