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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Dec 19. 2023

그저 오늘을 잘 살면 된다고,

20대부터 30대초중반까지 나는 늘상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 위에 있는 것 같았다. 1년 후, 3년 후를 바라보면서 미친듯 달리는 심정이었다. 나는 그때 막연하게 행복이라는 것이, 깊은 만족감이라는 것이 저 먼 곳에서 실체같은 것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다. 내가 지금 실력이 온전하지 않으니까 그래. 조금만 더 미친듯이 해서 실력이 좀 더 진보하면 그때는 만족스럽고 행복할거야. 저 예술가와 저런 작업을 하면 그때는 행복할거야... 등등 무용을 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들에 자주 휩싸였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예전에 혼자 속으로 꿈꾸던 훌륭한 동료들과 안무자들과 일을 하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은 아주 잠깐이었다. 곧 그 속에서 나는 불행해졌다. 부족함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부족함을 채워 줄 다음 숙제를 끊임없이 설정했다. 부족해 부족해 더 채우고 더 해야 해. 이걸 하게 되면 저걸 하게 되면 내 실력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거고 그러면 나는 진정 행복해질거야...




그 다음 과업 그 다음 과업 하나하나 도장깨기. 스스로 생각했던 작은 과제나 목표들이 하나씩 성취되어 갔다. 예상대로 조금씩 행복해졌는가? 아니었다. 그 전에는 '저것만 되면 나는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그 다음 숙제를 바로 설정하느라 그저 바빴다. 그리고는 또다시 '저것만 되면 나는 비로소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만족감같은 것은 내가 다가올 줄몰랐다. 내 몸과 정신은 진이 빠져갔다. 숙제와 목표들을 열심히 해나가면 행복감과 만족감에 도달할 거라 믿었건만, 어찌된 게 열심히 달려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늘 현재에 없었다. 늘 미래의 저편에 있는 것이었다.  저기만 건너가면 돼 그럼 될거야... 대체 언제까지... 삶이 너무 무겁고 진지했다. 막연한 미래를 그리며 고군분투하는 것. 그런 것이 열정과 헌신, 인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한창 그렇게 살던 어느 한 날, 그 막연한 미래의 행복은 절대로 현재로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그 미래만을 목놓아 기다리며 고군분투하다가 평생 그속에서 불행해 할 것임을 번쩍 깨닫게 되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의미있고 즐겁지 않으면 미래도 그렇다. 오늘은 내 미래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바로 오늘, 지금 나한테 의미있고 즐거운 것을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거다.

현재에다 미래를 두지 말기. 새처럼 가볍게 춤추기. 다시한번 스스로 다짐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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