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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Dec 23. 2023

[나의무용이야기] 간만에 검을 뽑다.


무용수 생활에 완전히 몸과 정신이 소진되었을 때 나는 무용과 좀 떨어져 지내기로 결심했었다. 처음에는 몸을 쓰지 않는 시간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척 갑갑해졌다. 이 축적되어 가는 충동과 에너지를 발산해야 했다. 하지만 무용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아갔다 쿵후도장에.

중국무술에는 다양한 기원과 스타일이 있는데 소림사 스님들의 수련법으로부터 파생된 소림권, 소위 사마귀권이라고 하는 당랑권, 중국 무당산의 도교 도사들의 무리인 무당파 무술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사실 현대중국무술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발전한 우슈장권을 배우고 싶었지만, 내가 찾아간 도장은 소림파 무술을 수련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어찌됐든 나는 급속도로 중국무술에 빠져들었다. 그 강한 힘과 절제미, 몸씀, 움직임의 궤적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기본기를 배우다가 어느새 한 마디씩 두 마디씩 연결동작들을 배워나갔다. 도장에 4-5시간씩 그야말로 살았다. 수련하고 먹고 좀 쉬다가 또 수련하고를 반복했다. 어느새 봉술도 배우고 검술도 배우고 도술도, 창술도 배우게 되었다. 무술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무용을 하면서 느낀 몸씀과 움직임의 원리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도장에서 사는 사범아닌 사범이 되어 있었다. 새로 오시는 분들 앞에서 시범도 하고, 기존 수련생 앞에서 새로 진도 나가는 부분을 가르치기도 하고 말이다. 이후 나는 전통권인 소림권 도장에서 나와 현대권 우슈도장을 찾아갔다. 그 관장님은 진도를 팍팍 나가셨다. 얼마 안되서 나는 바로 우슈6단장권을 배웠고 6단검술 삼분의 일정도를 배웠다. 이후 상황이 안되서 도장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금까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구석에 고이 누워있는 검을 발견했다. 검을 뽑아들었는데 낭창낭창 날렵하게 잘 빠진 검날이 번쩍이며 소리를 낸다. 역시 멋지다. 그러나 검술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몸을 움직여가며 검을 잽싸게 휘둘렀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검술 초입 부분의 순서를 간신히 찾아내고 내친김에 장권6단도 순서도 찾는다. 어찌어찌 기억나는 곳까지 순서를 정리해서 연습한다. 하...힘들다 우슈장권. 이렇게 동작이 많고 점프가 많았던가! 이 추운 겨울,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려댄다. 무술 수련을 하니 몸과 마음이 차랑차랑해지는 동시에 묵직해진다. 중국무술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힘의 폭발과 절제의 예술.

몸씀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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