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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기 Apr 04. 2024

나의무용이야기_안무/동작순서는 어떻게 외우는 거에요?



오늘 수업에서 질문받은 내용을 정리해서 글로 남겨봅니다.



안무순서를 진짜 못 외우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유독 춤 순서는 그렇게 외워지지가 않고, 한동작하면 그 다음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고요. 도무지 형편없는 몸인 것 같다고요.



'어떻게 순서를 외우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딱히 의식적으로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뭘 어떻게 외워? 그냥 외워야지! 아주 가볍고 거칠게 답은 할 수 있으나,  '그냥 외운다'라는 말이 품고 있는 의미나 범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무순서를 외우는 과정을 한번 말로 최대한 풀어볼게요 . 저의 경우, '안무를 외워야 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몸을 움직이면서 몸에 길을 내고 새겨나가요. 동작이 가는 길, 몸이 움직이는 길, 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내가다보면 어느새 순서가 전체 물줄기처럼 흐름으로 느껴집니다. 반복을 하다보면 몸에서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외워지는' 느낌으로 다가오지요.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감각이 왔다갔다 교차되면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개입되면서 순서를 외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마 움직임을 오래 접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 처음에는 보통 의식과 이성의 영역이 주로 작동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순서를 외우는 것이 하나의 동작 짠! 하나의 형상 짠! 하나의 이미지 짠짠! 이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거울로 보이는, 박제된 한 순간의 몸의 현상,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형태 만들기에 집중하다보면 길과 궤적, 전체 흐름, 전체 물줄기를 단숨에 놓쳐버리게 됩니다. 시야가 매우 좁아집니다. 오로지 한 순간 사진찍듯 착 나오는 동작 하나에 집착하면, 하나의 동작을 짠! 다했다! 형태 보여주는 데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끝납니다. 바로 그 다음 갈 길을 순식간에 잃어버립니다.



춤을 '사진찍기 놀이'로 보지 마시고 길다란 물줄기, 커다란 궤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하나의 동작에서 그 다음 동작으로 건너가면서 전체 연결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하나의 동작 만들기가 아니라 물줄기를 보는 겁니다. 이미지 만들기보다 다음으로의 '연결' , '길찾기', '궤적 그리기' 라고 인식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보세요.



하나의 동작 만드는 것에만 집착하면 그 다음이 없어집니다. 나아갈 곳이 없어집니다. 움직임 길과 궤적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동작은 전체 궤적 속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현상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큰 길을 바라보세요. 하나의 동작이 다 끝나갈즈음 그 때에 얼른 그 다음 길로 지속적으로 연결해 나갈 생각을 조금씩 시도해보세요. 동작들을 계속 그 다음 길로 연결해나가 보세요. 그 길이 천천히 몸에 새겨지면 '눈으로 보이는 박제사진/형태/식' 차원에서 '감각'차원으로 건너가게 될 겁니다.

그러면 '아, 어디선가 이 딱 모양새가 나왔던 것 같은데?' 라는 표현보다는 '아, 이미지는 기억 안나는데 어떤 시점에 내가 몸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넓게 이동한 것 같은데?' 이런 식의 표현이 잦아지겠지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썼던 그 때의 허벅지 근육의 느낌이 감각으로 전해지면서요.  



하나의 형상 만들기가 아니라 길을 찾고 연결하는 것, 흐름과 궤적에 방점을 두는 겁니다.

그 다음 길을 찾아서 연결해가는 과정으로 인식을 조금씩 전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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