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이 구절이 나를 휘어잡았다. 해석되지 않은 하나의 미지의 영감처럼 나를 본능적으로 붙잡는 것이었다. 이게 뭘까? 나는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난데없이 나를 사로잡은 이 구절이 내가 춤출 때의 느낌, 춤을 좋아하는 이유, 춤이 놓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본능적이고도 포괄적인 하나의 해석이 되어주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춤이 좋다. 왜 좋아해? 라는 질문이 갑작스럽게 들어올 때 나는 내가 춤을 왜 좋아하는지도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좋아한다는 걸 그제야 깨닫곤 했다. 뭔가 시원하게 딱 하나로 이유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좋다는 건 그냥 스스로 아는 것이다. 그럼 "그냥 좋아서 .."라고 약간의 혼돈과 불확실성속에서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춤을 왜 좋아하고 왜 움직이려 하는지에 대한,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여러 근거들 중에 한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춤으로 깊게 들어갈 때, 나는 전혀 다른 세계나 차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중대해 보이던 삶의 문제도, 이 세상 어떤 것도 그 순간에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저 움직이는 내 몸과 내 의식만 있는데 그게 말 그대로 하나가 돼서 작동한다. 육체와 정신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춤추는 것이 내 몸이라고 말해야 할지 내 생각이라고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애매한 상태가 된다. 내 마음이 춤을 추는 건지 내 몸이 춤을 추는 건지, 대체 뭐가 먼저 시작되어 이 지경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지고, 몸이 움직여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동시적으로 교차된다.
황홀경. 나는 비워지면서 충만해진다. 나는 마치 다른 세계, 다른 시간대 속에 와 있는 것 같다. 그 순간이 그야말로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지경이 된다. 너무 좋아서 지금 이 상태가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까딱 잘못해서 이 상태에서 빠져 나와버릴까봐 혹은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원래 세계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아쉽고 애달프다는 생각도 한다.
춤출 때마다 늘 그 상태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 상태로 들어가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들어가는 특별한 방법이 내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책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나한테 진실한 마음으로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 뿐이다. 들어갈 수도 못 들어갈 수도 있다. 들어간다고 해서, 그렇다고 못들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내가 진실하게 내 자신으로 움직이면 된거다.
하지만 마치 선물처럼, 그 상태에 푹 들어가면 나는 춤추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 상태가 되면 나는 드디어 사는 것 같다고, 드디어 살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