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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Apr 22. 2024

몸쓰기, 앵무새되기보다 진짜 자기가 되는 것.


우리는 궁극적으로 내 말을 하기 위해, 내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몸짓 표현을 보고 따라하는 것은 결국 내 몸짓을 하기 위함입니다. 즉, 내 표현을 하려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그러면서 거기에서 영감을 얻고 표현재료를 얻기도 합니다. 그것을 내 나름대로 재창조/ 재해석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든 몸짓을 얼마나 기가 막히게 따라할 수 있느냐에 온 정신과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제가 자주 그랬습니다. 그게 무용을 잘하는 것인줄 알았고, 그게 좋은 무용수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주 제 말을, 제 내면을 탐구하기보다 제 눈에 멋져 보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데 몸과 마음을 자주 쏟아붓곤 했습니다.


그런 멋진 말을 잘 따라하면 성취감도 있었고, 인정도 받는 기분이었고 저 또한 덩달아 멋있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의 것을 그대로 잘 따라하기 위해 제 시간과 에너지를 바쳤습니다. 거쳐가야 할 하나의 필요한 과정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저는 그 과정자체를 제 춤의 목표와 가치로 삼게 된 것 같습니다.


춤을 추고 움직인다는 것이 진정 어떤 의미인지, 무얼 뜻하는 건지 깊이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저 몸을 얼마나 흐드러지게 잘 움직일 수 있느냐에 빠졌어요. 기능인 같은 마음으로 춤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남이 만들어놓은 이런 몸짓, 저런 몸짓을 답습하고 흡수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자기가 없으니, 자기 말이 없으니 남의 것만 커보이고 멋져 보였겠죠. 자기가 없으면 자기 말이 없으면 그렇게 평생 멋져보이는 남의 말을 따라가느라 메뚜기처럼 뛰어다녀야 합니다. 정작 자기 말하는 법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죠.


무새되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솔직히 따라하기는 오히려 쉬워요. 생각없이 그냥 하라는대로만 하면 중간은 갈 수 있으니까요. 편하고 불안하지도 않고 안정적이에요. 게다가 잘하면 인정까지 받는 것 같으니까요. 진짜 자기 말을 할 때 요구되는 생각의 깊이와 두터움, 담담한 용기와 진실함, 책임이 없어도 됩니다. 받아들여질까 혹은 내가 틀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 등 이런 모든 것에서도 다 피할 수 있습니다.

 

따라하기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통과역입니다. 자신이 그곳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한채 함몰될 정도로 강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아보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종착역이 아니라 통과역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겨우 앵무새나 되는데에, 겨우 남의 것을 찾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메뚜기나 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내 고유성을 사장시키면서 남의 말 하는데 나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온통 바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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