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떠나기 전 그대로 놓아둔 나의 삶을 펼쳐놓고 그 앞에 가만히 섰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전히 길은 보이지 않았다. 이 긴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삶이 정녕 이대로 속절없이 끝나버리는 건가. 나는 너무나 불안하고 두려웠다. 어떤 날은 미쳐버릴 것 같은 답답함에 몸서리를 치며 버둥거렸고, 또 어떤 날은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겨내듯 버티며 보내기도 했다. 회색처럼 무덤덤하게 일상이 살아지는 날도 있었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도저히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내 안에서는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나보다. 나는 몇 가지 선택들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자연스럽고도 의지적인 흐름이었다.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여전히 춤추고 싶은 마음을, 다시 일어서지는 나를.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꺾이지 않는 여름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_ 알베르 카뮈, 「여름」
마흔 살, 내 삶의 가장 밑바닥을 쳤을 때 살 길을 찾아 떠난 여행. 나는 아주 깊은 물속에 정수리까지 푹 잠긴 듯, 고요 속으로 고독 속으로 침잠하고 또 침잠했다. 내 속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그 두텁고 짙은 시간 위에서 나는 이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 후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춤추며 살고 있다. 사당동에 [움직이기] 라는 작은 무용공간도 열었다. 이제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오늘도 삶의 질문 앞에 선다.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살고 싶다. 내 몸의 진동과 울림을 따라서 움직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