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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졸업작품을 앞둔 제자의 메세지

by 움직이기


"이번 수요일에 졸업작품을 올리게 되어 소식 전해드리고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진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다 저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진영선생님이 저의 스승이었기에 제가 지금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어요. 정말 어떠한 말로도 감사함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립니다.…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표현이 서툰 제자이지만 얼마나 많은 고심을 담아 저를 가르쳐주셨는지 매번 깨닫고 있습니다. 선생님, 정말 제가 무용과 졸업까지 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수업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제자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가슴에 갑자기 따듯한 피가 확 돌고, 마음이 구름처럼 몽글몽글해졌다. 잘 지내는지 가끔씩 생각이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난데없이 준비도 안된 마음에 훅하고 바윗덩어리를 던지다니 말이다. 제자의 졸작 날짜를 확인해보았는데, 그룹수업과 겹쳐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간만에 그 뽀얗던 제자의 얼굴을, 지금쯤 훨씬 성숙해져있을 제자의 몸짓을 너무나도 보고 싶었는데. 가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시간의 무상한 흐름에 흠칫 놀라며 애틋해한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 다시오지 않을 시간과 경험의 소중함을. 그 때의 나를 돌아보면 참 미성숙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때는 더 그랬다) 선생으로서, 한 어른으로서 어떻게 지혜롭게 처신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속으로 자주 허둥대곤 했다. 나는 아직도 성숙한 어른이 아닌데, 나는 아직도 내 인생고민에 허우적대는 한 인간일 뿐인데, 나는 아직도 춤이 무엇인지도, 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모르는 사람인데 제자는 그런 나를 어른으로 선생으로 선배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당시 나의 미숙함과 부족함을 제자에게 있는 그대로 솔직하면서도 지혜롭게 잘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냥 온전히 진실하기만 하면 오히려 가볍고 간결해질 것들이 더욱 많았을 것 같은데, 바람직하고 든든한 어른과 선생의 역할속에 나 자신을 두려고 했던 순간들이 있았던 것 같다. 제자에게 나의 사랑을 온전히 표현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나의 실수들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때의 부끄럽고 미숙한 나를,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해주는 제자의 메세지에, 나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제자의 메세지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풍성해지는 것이었다. 그 때 나의 별것도 아닌 그 자그마한 도움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제자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귀했다. 제자의 메세지를 읽고 또 읽으면서 나는 그냥 그 속에 한참 푹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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