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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크로드> 두 번째 북토크를 마치고_1

by 움직이기

11월 21일, 서울시 50+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에서 <그래서, 실크로드> 두 번째 북토크를 무사히 마쳤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50대 이상의 청중분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또 한동안 끙끙 앓았다. 대체 어떤 형식으로 혼자 1시간을 이끌어간단 말인가...!

편집장님의 도움으로 북토크 진행 순서와 큰 틀을 잡았지만, 북토크를 얼마 앞두고도 전달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느정도 답이랄만할 것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내가 특히 염려했던 부분은 <움직임 미니 특강> 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러 북토크에 오신 중장년층의 청중분들이 과연 "부담스러운" 춤을 추려고 하실까? 의자에 앉아계시는 청중분들이 과연 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려고 하실까? 부담스럽고 난처하다는 표정들, 미적지근한 반응들, 나 혼자 수업하고 나 혼자 춤추는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거였다.

혼자 즉흥춤도 추어야 하고, 준비한 내용도 전달해야 하고, 마지막에는 앉아계시는 청중분들을 일으켜서 함께 미니특강까지 진행해야 했다. 마음이 분주하고 버거웠다. 조금도 예상할 수가 없고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도래하게 될지 나는 그야말로 바람앞에 등불과 같았다. 책을 쓰고 난 뒤, 40세 넘어서 난생 처음 겪는 일들의 연속에 내 속은 요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마냥 울렁댄다.

즉흥춤도 춰야 하고 미니특강도 해야 하기에 일찍 장소에 도착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카페 구석 바닥에 앉아서 주위 사람들이 가끔씩 던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 사이에서 몸을 푸니까 예전에 야외공연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야외는 극장처럼 무대와 대기실이 관객과 깔끔하고 완벽하게 분리되어 따로 있지 않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대개 활짝 열린 공간에서 관객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렇게 몸을 풀었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공연일 때에는 주위에 함께 몸을 푸는 동료들이 있으니, 공연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니까 딱히 어색하지 않았는데, 혼자 하는 야외공연일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야외의 공연장소 주변 바닥에 혼자 앉아서, 공연자인듯 아닌듯한, 일상복인듯 아닌듯한 의상을 입고서 흩어지는 에너지를 잡고 호흡을 하며 몸을 푸는 행위는 누가봐도 자연스럽지는 않을 노릇일테니까.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흘끗 호기심어린 시선을 던지지만, 딱히 뭐라 반응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그대로 호흡과 정신을 잡고 공연준비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내게 좀 어색하고도 외롭게 다가왔던 것이었다.

편집장님이 일찍 와주셨다. 북토크 공간 세팅을 해주시고, 발표자료연결도 체크해주셨다. 편집장님이 공간을 만들어주시고, 앞에 앉아계시니 나는 뭔가 든든한 지원군을 업은 것 같았다. 혼자 공간 속에서 약간 어색하던 느낌은 사라졌다.

북토크 시작시간이 되었고, 50대 60대정도로 보이는 청중분들 네다섯분이 막 자리에 앉으셨다. 편집장님이 나를 소개하시며 앞으로 불러내실 때, 그 순간 나는 아직 내가 말할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동시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생각해보니 북토크전까지 나의 가장 취약점인 발표는 점검도 안하고 그저 몸만 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 큰일이었다. 앞에 나가 섰을때, 나는 이 순간이 마치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음편에 계속...


그래서, 실크로드/두 번째 북토크
그래서, 실크로드/두 번째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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