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실크로드> 두 번째 북토크를 마치고_2

by 움직이기


'상황에 맡긴다...'

눈앞이 아찔한 상태에서 준비해놓은 자기소개를 외운대로 기계적으로 뱉었다. 이제 막 도착하시는 분들이 자리에 앉는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나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상황속에 내던져 있었다. 내가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으니, 청중분들에게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게다.

자기소개 이후에는 짧은 즉흥 춤이 이어져야 했다. 춤을 추려면 나 자신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자신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상황은 매우 다급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방금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당혹스러운 자기소개 이후 나의 정신은 이미 바닥에 와있었다. 그냥 상황속에 몸을 던질 수 밖에. 하아... 춤추는 동안 나 자신과의 분리감에 한탄하면서 점점 시들어가고 죽어가는 춤을 끝까지 살려보겠다며 애를 썼다. 즉흥 춤을 마쳤다. 실내는 숨이 막힐 정도로 매우 덥고 건조했다. 등 뒤쪽에서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강렬하고 뜨거운 땀이 느껴졌다.


"하... 제가 저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는데.."

청중분들에게 혼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토로했다. 너무 아쉬웠지만, 그 다음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에 휩싸여 있을수만은 없었다. 현대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춤이 무엇인지, 춤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춤을 추고 난 뒤에 심장이 제대로 정돈 되지 않아서 그런건지, 그저 발표상황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어서 그런건지, 나는 몸 속에 뭉근한 매스꺼움 같은 혹은 낮은 진동같은 것을 느끼며 여전히 상황 속에서 어찌할 바를 잘 몰랐다. 준비한 내용을 듬성듬성 빼먹고, 기억나는 대로 전달하였다. 기억이 안나면 이럴때를 대비하여 준비해 온 프린트물을 중간중간 보아도 되는데, 당혹스럽고 급하고 압도적인 느낌속에 있었던 나는 프린트물을 보고 정비하면서 발표를 이어갈 여유가 없었다.

짤막한 내용발표가 끝나고, 이제는 미니특강차례였다. 이제는 정말로 청중분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줘야 했다. 나 혼자 수업하고 나 혼자 춤추는 불상사는 없어야 했다. 과연 움직이려고 하실까...?

"움직임 미니특강을 준비했습니다!"

반신반의한 상태가 된 나는 청중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목과 손목과 발목을 돌려보길 권하였다. 어? 그러자 갑자기 바로 앞에 두 분이 벌떡 일어나시는 거였다.




다음편에 계속...

그래서, 실크로드/ 두 번째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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