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May 20. 2023

현대무용, 나의 춤 이야기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춤을 추어대는가에 대해서


아주 어렸을 때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곤 했다. 그때는 왜 하는지 왜 좋은지에 대한 자각도 없을 때였고, 나는 그냥 춤추는게 좋았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났다. 나는 춤이 그냥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춤추는 건 재밌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면서 나는 막연히 뭔지 모를 한계나 결핍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나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즈음해서 발레나 현대무용같은 움직임 양식들을 접하게 되었다. 가수들의 춤은 사실 별다른 특별한 노력과 헌신이 없이도 어느정도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또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래서 또 재미가 있었다.




당시 내 눈에 현대무용은 뭔지 파악조차 안되는, 대충 흉내내기조차 안되는, 그저 너무 난해하고 추상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난해해 보이고 추상적으로 보였던 움직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의 내 수준에서 정확히 짚어 말할 수 없는 어떤 묘한 카리스마와 같은 힘, 아름다움, 끌림을 느꼈다. 뭔지 모르겠으나, 한마디로 거칠게 말하자면, 그런 형식의 움직임이 더 강하고 더 세고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냥 하겠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고, 고도로 집중된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자극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무용'이라고 말하는 움직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뭔가 말초신경들을 팍팍 자극하는 직접적인 요소들은 없고, 너무나 단조롭고 지난해 보이는 몸의 기본기를 닦는 작업들을 해야 했다. 즉각적인 형태로 순간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춤이 아니었다. 뭔가 세상 난해한 에너지, 그리고 그 흐름을 인지해야만 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현대무용'이라고 하는 다양한 형식들을 여기저기서 접하면서 움직이고 다녔다. 선생님들, 선배들의 춤을 잘 배우고 습득해서 잘 구현하는 것이 좋은 무용수라고 생각했다.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유려하게 잘 움직이는 것이 좋은 춤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움직임을 위한 움직임' 자체에 집착했다. 또 시간이 흘렀다. 나는 움직임, 형태자체의 수려함, 화려함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내게 움직임은 내적세계의 표현이자 분출구, 나만의 은밀한 외침, 충동, 소요, 소란, 열망과 원함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속안에서 단번에 파악되지 않고 꿈틀대거나 부유하는 나만의 생각과 느낌들, 그것들을 잘 들여다보고 포착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되었다. 복잡미묘하고 고유한 나만의 내적 열망과 충동, 생각들을 몸으로 토해내 보려는 거다. 일차원적이고 단순하고 전형적인 생각과 방식을 뛰어넘어 보려고 버둥대면서 말이다. 그러려면 깊고 긴 호흡으로 세계속에서 내면을 부단히 들여다봐야 하고, 이것을 잘 포착하고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고군분투해야 한다. 나를 깊게 들여다보고 또 밖으로 그려내며 이렇게 저렇게 부딪히고 고군분투하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점점 확장되는 나를 만나는 것. 인생 전반에 걸쳐 나를 온전하게 만들고 싶고, 우뚝 서게 하고 싶은 충동. 그래서 계속 춤을 추는게 아닌가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