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가 다니면 막내 학원비는 무료예요.

by 쭌쭌이맘

작년 가을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숲으로 여행을 갔을 때다. 아이들 사진을 찍는데 옆에 계시던 어르신이 아이들이 셋이냐고 물으신다.

네. 이렇게 셋이에요. 했더니 아이고, 애국자네 애국자야. 하시며 옆에 계시는 분들께 아들 하나에 딸이 둘이네 애국자야 하신다.

남편과 나는 마주 보며 웃었다.

그런데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웃으면서 애국자라는 말을 해주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아이를 셋 낳았다고 애국자라니.. 갑자기 애국자가 되었다.


사무실에서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 둘과 셋은 엄청 다르다면서요? 둘째를 고민 중인 후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니 정말 대단해요. 이 작은 몸으로 어떻게 해요? 내 작은 몸을 보며 정말 힘이 되는 응원을 해주시거나, 간혹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지 않은 눈빛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둘과 셋이 엄청나게 다른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나와 둘이 다르니 당연히 둘과 셋도 다를 수밖에.



가족이 넷이 아닌 다섯 명이 되면서 조금 불편한 점은 있다.

지난달 아이들과 삼계탕을 먹으러 갔을 때다. 무덥던 작년 여름에 가고 오랜만에 방문하는데 분명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넉넉한 테이블이 꽤 많았는데 이번에 가니 모두 네 자리가 기본인 테이블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앉아야 하나, 의자를 추가해서 앉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식당이 한가해서인지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아도 된다고 했다.

다섯 명이서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두 테이블을 사용한다는 건 꽤 신경이 쓰인다.

특히 손님이 많을 때는 우리가 두 테이블을 앉으면 남은 자리에 다른 손님들이 앉을 수 없으니 이럴 때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단골 고깃집이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가해서 사장님의 배려로 두 테이블에서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최근 여러 방법으로 광고를 하시면서 점점 입소문이 나서 이제 자리 잡기가 힘들어졌다. 남편과 나는 한가하게 먹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고 아쉬워하지만, 착하신 사장님 가게가 잘 되니 우리까지 기분이 좋았다.

어느 명절에는 세 아이들 용돈까지 챙겨주신 적이 있는데 용돈이 그날 식사값만큼 한 적이 있었다. 사장님께 죄송하고 감사했는데 님편이 사장님 몰래 일하시는 이모님들께 새해 복돈을 챙겨주어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물론 사장님은 여전히 우리를 배려해 주신단다. 여유가 있을 때는 여전히 두 테이블을 선뜻 내어주시고, 어느 때는 살짝 고기를 더 담아주시기도 한다.


택시는 다섯 명이라서 우리 가족끼리는 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차도 다섯 명이라서 대부분 남편이 떨어져서 한 자리를 앉게 된다.

승용차를 타는 경우, 나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무렵부터 앞자리를 양보했다.

뭔가 첫째 아이를 존중하는 의미에서의 나만의 행동이랄까. 아이는 모르겠지.

그러다 보니 뒷좌석 가운데가 내 자리가 되었다. 아이들도 불편하니 후다닥 창가 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다행히 나는 큰 덩치가 아니라서 그리 불편하지는 않고, 가끔 남편과 눈이 마주칠 때도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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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흔히 공부방이라고 하는 곳에 다녔다. 국어, 수학은 기본이고 고학년으로 가면 사회, 과학까지 선생님 한 분이 다 가르치는 곳이다. 국어와 수학 성적이 꽤 잘 나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아이들이 밖으로 멀리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첫째부터 셋째 아이까지 모두 그곳에 보냈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가 같이 다니게 되면서 학원비를 1만 원이나 할인도 해주었다.

첫째와 둘째 아이가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셋째 아이까지 공부방과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세 아이에게 들어가는 학원비가 매달 만만치가 않다.


중학교에 들어간 첫째 아이는 이제 아파트를 벗어나 학원이 늘어서 있는 학원가로 다니게 되었는데 학원비가 앞자리가 바뀌면서 훌쩍 올랐다.

어느 날엔 셋째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공부방에 다니는 친구들이 피아노를 다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에 학원 세 곳을 다니는 막내가 제일 바쁘다.

힘들어도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고, 올해는 드디어 피아노 대회에도 나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두 달 전쯤 남편에게 셋째 피아노를 끊는 게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어봤었다. 전공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부담도 된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후 남편은 아이와 이야기를 했고, 아이가 6학년까지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계속 지원해 주자고 했다.

그 순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도 졸업을 했으니 학원을 옮겨야 한다.

영어는 첫째 아이가 다니는 곳으로 다니기로 했고, 수학 학원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나는 꽤 여러 학원을 돌아다녀야 했다.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학원에 방문했다. 방문 전 전화로 둘째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다고 했더니 당연히 첫째 아이의 동생이니 저희 학원에서 해야죠, 하시면서 원장 선생님은 굉장히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남편은 영업 멘트라고 했지만, 알면서도 친절한 그 말에 나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둘째 아이가 테스트를 하는 중에 나는 아이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고 있었다.

형제자매란이 있어서 이렇게 세세한 정보까지 다 적어야 하는가 싶어서 우선 패스했는데 다른 사항들을 다 적고 가만히 보다가 결국 삼 남매 중 둘째라고 적었다.


테스트가 끝나고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인적사항을 쭈욱 보시더니 어머님, 참고하시라고 말씀을 드리는데요... 하시길래 살짝 긴장이 되었다.

지금 삼 남매 중 둘째라고 했는데 셋째도 영어를 시작했나요?

네. 지금 아파트 안에서 다니고 있어요.

아.. 네. 그냥 참고용으로 설명드리면, 저희 학원에 세 아이가 다니면 셋째는 학원비를 받지 않아요.

네??

저희 학원에 삼 남매가 3 가족 있는데 셋째는 다 받지 않고 있어요.


아니, 삼 남매가 다니면 셋째 학원비가 공짜라니? 나는 남편에게 당장 학원을 옮기자고 했다.

원장 선생님은 웃으면서 천천히 상의해 보시고 말씀해 달라고 했다.

고민할게 뭐가 있어.

20만 원이 넘는 학원비가 무료라는데. 그렇다고 엉터리 학원도 아닌데.

결국 셋째 아이도 학원을 옮기기로 했다. 아이에게 무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마침 아이도 언니가 학원을 옮기는데 관심이 있어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다섯 가족이라서 받는 혜택 중 가장 큰 혜택이 아닌가 싶었다. 애국자라는 말보다 셋째는 무료라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은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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