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의 첫 졸업식과 자장면집 투어

의도치 않게 자장면집 투어 아닌 투어를 했다.

by 쭌쭌이맘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이는 며칠 전부터 졸업식에 누가 올 것인지 참석 여부를 물었다.

부쩍 말이 없어진 첫째 아이가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래, 같이 가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막내도 언니 졸업식에 가고 싶다며 담임 선생님께 가도 되는지 꼭 물어봐 달라고 했다.

첫째 아이는 체험 학습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선생님께 확인했다며 참석 의지를 계속 밝혔고, 셋째 아이는 내가 담임선생님께 전화로 설명드렸더니 부모님께서 책임지고 하교시킨다는 것으로 알고 졸업식에 참석해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오빠랑 동생이 참석하겠다고 하니 둘째 이 녀석이 오지 말라고 한다. 동생한테는 방학식 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니 오지 말라고 하고, 차마 오빠에게는 대놓고 말은 못 한다. 그래도 오지 말라고만 한다.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인가.

결국 마음이 상했는지 첫째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쉽다고 같이 가자고 했지만 첫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둘째가 유치원을 졸업하던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졸업식이 낼모레로 다가왔는데도 좀처럼 부모님의 행사 참석여부가 결정되지 못했고, 설마 졸업식인데 부모님 없이 하겠어 싶었는데 결국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어서 너무나 속상했다.

속상한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겠다.

몇 주 전부터 부모님께 보여드릴 공연을 연습하던 아이들은 졸업식 당일 텅 빈 강당에서 공연을 해야 했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식을 마쳐야 했다. 끝난 뒤에는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준 자장면을 먹었다.

첫 졸업식을 기대했을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졸업식에 이어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놓치는 것들이 너무 아쉬웠다.

졸업식과 입학식이라는 행사를 통해 아이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어린이집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아이 스스로도 이제 초등학생이라는 큰 변화의 시작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그런 전환점이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처음 등교를 하던 날, 나는 휴가를 내고 아이를 따라 학교에 갔다.

정문을 들어서다 운동장까지 길게 늘어선 줄에 깜짝 놀랐다. 뭐지 이건?

건물 입구에서부터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선 줄이 운동장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와 아이들도 줄을 섰고 입구에 다다르니 안전거리를 표시하는 노란 표지판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노란 표지판을 따라 줄을 서서 아이들은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크와 거리 두기가 일상이던 시절에 둘째 아이의 첫 학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따듯한 햇살에 아이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가 너무 답답해 보였다.

아이의 교실이 사진 속 창문이 보이는 곳이라 이곳에 서서 아이가 교실로 무사히 들어오는지 목이 빠져라 지켜봤었다. 자리는 잘 찾아서 앉는지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의 새로운 시작에 내가 더 설레기도 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엄마, 아빠들이 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을 찾고,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아이들도 얼마나 설레는 마음일까.

선생님과 친구들이 궁금하고, 교실이 궁금하고 유치원과는 다른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아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긴장도 되지만 의젓하게 앉은 모습을 보니 기대도 되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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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년을 보내고 아이가 졸업을 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맞는 이 날이 나는 감격스럽고 기쁜데 아이는 덤덤했다. 제일 예쁜 꽃다발을 고르고, 일찍 도착해 아이가 어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언제 들어오나 출입구만 지켜보는데 드디어 아이들이 입장하는 순간 나보다 큰 아이들이 대부분 검정색 겉옷을 입고 우르르 들어오는데, 덩치는 큰데 다들 왜 이렇게 귀여운지.


둘째 아이는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빨리 나가자며 사진도 찍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휙휙 지나쳐 나간다. 친구들은 또 보는데 사진을 왜 찍냐고 한다.

꽃다발을 바닥을 향하도록 들고 가길래 위로 올려서 가슴에 안고 가라고 했더니 겨우 저만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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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했으니 점심은 자장면을 먹어야겠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중국집에 갔는데 주차장이 한가하다. 아직 12시가 안 돼서 한가하네, 빨리 먹고 나오면 되겠다 하고 주차를 하고 건물 입구에 들어서는데 휴무일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맙소사!

우리 뒤에 오던 분들도 팻말을 보고 다시 되돌아갔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남편이 점심을 먹고 출근을 해야 해서 회사 근처로 가기로 했다. 다시 10분 정도를 갔나,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차 있었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먼저 내려 식당으로 가던 남편이 여기도 휴무야, 하고 바로 돌아왔다.

여기도 휴무라고? 그럼 이 사람들은 뭐지?

자장면집 옆에 위치한 추어탕집에 온 사람들로 주차장이 꽉 차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급히 검색을 해서 다른 식당을 찾았다. 남편이 시동을 걸었고 이곳은 영업하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하니 오늘 휴무라는 안내음이 나왔다. 여기도 오늘 휴무래!

이런 날이 있으려나 싶었다.

중국집이 월요일엔 다 쉬는 날인가?

둘째가 지쳤는지 집에 가서 짜장라면을 먹자고 한다.

안돼. 아빠가 곧 출근해야 하니까 집에 갈 수는 없어.

마땅히 떠오르는 중국집이 없다. 그때 남편이 생각나는 곳이 있다며 다시 출발을 했다.

설마 그곳도 휴무일까 싶어 전화를 해보니 영업 중이라고 했다. 다행이다! 오늘 자장면을 먹을 수는 있겠다.

그 날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을 먹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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