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서 의미 있는 순간들

그게 무엇이든 너희들의 처음을 늘 응원할게!

by 쭌쭌이맘

남편이 약속으로 집을 비운 주말, 점심으로 김밥을 준비하다가 아이들에게 직접 먹을 김밥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늘 엄마가 준비해 준 김밥을 먹다가 먹고 싶은 재료로 처음 만들어보는 김밥이 재미있는지 다들 열심히 했다, 김 가득 밥을 담아서 김밥 옆구리가 터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각자 정성스레 만든 김밥에서 몇 조각씩 나눠 아빠의 김밥 도시락을 만들고 이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남겼다.

친정엄마에게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벌써 자기가 먹을 김밥도 싸냐고 다 컸다고 하신다. 뭐든 스스로 해야 하니 더 시키라고 하신다.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겠지. 그럼 내 아이들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또 뭐든 해주고 싶을 테고.

엄마 말씀처럼 다 컸구나 싶어서 한편으로 뿌듯했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한 걸음만 나아가도 이제 다 컸다고 정말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해준다. 그 달콤한 말에 속아 앞을 보면 아직도 넘어야 할 수많은 언덕들이 있다.

지금 둘째는 단무지와 시금치를 뺀 김밥을 먹고, 셋째는 김에서 바다 냄새가 나서 이젠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김이 바다에서 자랐으니 바다 냄새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둘째와 셋째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이곳은 일주일에 한 번 저축을 하는 날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의 통장을 가지고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돈을 입금하는데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개념이나 작은 경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나는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다.

셋째가 저축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코로나시기였다. 6~7살 아이들이 회사 내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저축을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프로그램이 중단돼서 아쉽게도 셋째는 몇 번 하지 못했다.

저축하는 날, 아이들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고 사무실에서 내려와 아이를 만났다.

저 주황색 가방에 통장과 돈을 담고, 작은 덧신은 혹시나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어린이집에서 나눠주었다. 아이의 작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가 이제는 낯설다.

코로나, 그 긴 시간을 어찌 넘어왔을까.




셋째가 태어나기 전, 두 아이들과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던 날이다. 처음 비행기를 탔던 둘째 아이의 발걸음이 날아갈 듯 신이 났다.

돌아오던 날, 살짝 긴장한 첫째는 아빠 무릎에 앉았는데 둘째가 좌석에 혼자 앉더니 벨트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던 날, 아빠를 따라 환전하는 것도 구경하고 기대했던 기내식도 맛있게 먹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말레이시아 밤 풍경이 보이던 순간 아이들은 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을 번쩍 뜨며 손을 흔들며 좋아했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그제야 긴장했던 내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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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할머니댁이 있다는 건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어느 해 봄날, 첫째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볍씨를 뿌릴 모판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 키만 한 모판을 드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아이는 여러 번 모판을 가져다 나르고, 작은 손으로 흙을 채웠다.

흙속으로 깊게 들어간 아이의 두 손과 발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보여준다.

그해 가을 추수한 쌀은 첫째 아이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할머니가 햇볕에 말려놓은 콩을 까는 아이들, 그 옆에서 이모가 이 콩을 다 까야 집에 갈 수 있다고 하니 셋째가 놀라서 이모를 바라봤다.

상추가 심어진 할머니 텃밭을 지나는 복돌이를 살금살금 따라가는 셋째의 표정이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수상하다. 손에 든 장난감에서 금방이라도 비눗방울이 강아지를 향해 뿜어져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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