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포토와 성장앨범... 그 뒷이야기

우리 가족사진 만들기

by 쭌쭌이맘

어느 날 셋째가 앙다문 표정으로 할 말이 있다며 거실 한편을 가리키는데 아차 싶었다. 진작 정리했어야 했는데.

"오빠, 언니 사진만 있고 왜 내 사진은 없어?"

나는 할 말을 못 찾았고, 남편은 우리 셋째 사진도 많이 있지, 아빠가 걸어줄게라고 셋째를 달랬다.

그게 벌써 몇 개월 전이지 그런데 아직도 정리하지 못했다.


나는 첫째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뭐든 처음이니까 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게 아이를 위한 것이었을까.

내 욕심에 아이는 첫 번째 50일 기념사진을 찍고 결국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폐렴이었다.

가녀린 팔에 꽂힌 주삿바늘은 내 마음을 찌르는 듯했고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지만, 그 뒤로도 이미 예약된 100일, 250일 기념사진을 멈출 수는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남은 사진 촬영은 건강하게 잘 마무리했고, 액자마다 담긴 아이의 모습은 너무 예뻤고, 나를 행복하게 했다.

다음 해 태어난 둘째 아이는 딸이라서 또 해주고 싶었다. 이번엔 50일은 건너뛰고 100일, 250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셋째를 임신하고 이 집으로 이사를 오던 날, 거실 한쪽 벽에 두 아이의 웃는 모습이 담긴 큰 액자를 나란히 걸어두었다.

어쩜 이렇게 이쁘게 사진을 잘 찍은 거야!

그런데 셋째 아이는 성장 앨범을 찍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몇 년 사이 비용이 올랐는지 왜 이렇게 비싼 것인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첫째는 처음이라서 나도 해보고 싶었고(결국 내 욕심이었음을), 둘째는 딸이라서 아들과 다르니 또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셋째 아이의 사진을 찍으려니 100만 원이 훌쩍 넘은 큰돈을 쓰는 게 낭비라고 느껴지고 아까웠다.

그리고 이미 두 아이의 액자로 집이 점령당한 느낌이었고, 정리되지 못한 채 놓여있는 액자가 더 이상 예뻐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이 셋째 아이에게 늘 미안했고, 아이가 크기 전에 액자를 정리해야지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다.

그런데 셋째 아이가 말을 꺼냈다.

웨딩포토01.jpeg


웨딩포토를 찍었던 날은 쌀쌀한 초겨울이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고 그것도 한벌이 아니라 3~4벌을 갈아입고 헤어 스타일을 바꿔 가며 사진을 찍는 건 마치 내가 공주님이라도 된 것처럼, 언제 이런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겠어 생각하니 긴 시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그렇게 사진 촬영이 끝나고 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 때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너무 아쉬웠다. 몇 번을 돌아봤는지 모른다.

그날 많은 시간과 비싼 비용을 들여 찍은 웨딩포토북은 지금은 화장대 아래 책꽂이에 여러 책들 중 한 권처럼 꽂혀 있다.

결혼식 이후 내가 몇 번이나 펼쳐봤을까.

굳이 그 사진을 열어볼 때는 뭔가 그때가 그리울 때?

6화 사진7.jpg [오랜만에 꺼내보니 이렇게 낡았다고? 내가 보관을 잘못한 것인가. 아마도 제일 행복한 순간이였겠지..]


이른 시간 아이들을 깨워 서둘러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아이들 아침을 차려놓고 바쁘게 인사를 하고 나와, 남편도 나도 각자 회사로 출근을 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 장을 보고 부지런히 저녁준비를 하고 또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그러다 10시 30분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이제야 긴 하루가 마무리된 듯 나도 피곤한 눈꺼풀이 절로 내려온다.

그럴 때, 분명 지금 이 삶이 행복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되면서도 조금은 힘들다고 느껴질 때,

내가 원하던 삶이, 그때 결혼식장으로 걸어 들어가며 상상했던 내 미래가 이런 모습일까 그럴 때.

그렇게 몇 번 펼쳐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때가 와도 더는 찾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그런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나.



첫째와 둘째는 액자의 존재를 거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분명 책상 옆 책장에 올려두었는데 이것저것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셋째의 액자가 없다 보니 나도 굳이 두 아이의 사진을 꺼내어 보이게 하지는 않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가려지고 자꾸 뒤로 밀려나고 있다.

남편과 나의 웨딩포토 액자도 마찬가지다.

화장대 위에, 침대 옆 벽면에, 남편 책상 한쪽에 먼지가 내려앉은 액자들이 있다. 한 번씩 닦아내지만 어느새 먼지가 또 내려앉는다.

반짝반짝 닦아서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지만 늘 셋째 아이가 마음에 걸린다.

남편과 나, 첫째와 둘째 아이에게는 의미 있는 사진과 액자가 남아 있는데 셋째에게만 없다.

하지 말걸.

예쁜 드레스 입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 하루를 위해 큰돈을 쓰고 지금은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할 사진을 찍었을까.

아이를 병원에 입원까지 시켜가며 나는 그 사진을 왜 찍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도 되었을걸, 정작 아이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결국 나만을 위한 사진을 찍었을까.


그렇지만 닦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진을 보면 십여년 전 나와 남편의 활짝 웃는 모습도, 하얀 드레스를 입은 나도, 반짝이는 귀걸이에 예쁜 화장을 한 내 모습도 이쁘다.

지금은 나보다 더 큰 아이들이지만, 액자 속 작은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도, 앙증맞게 작은 빨간 모자며 운동화마저 이쁘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담기 위해 박수를 치고 인형을 흔들고 두 팔을 흔들어 대며 아이를 웃기려 최선을 다했지.

가만히 보니 그냥 액자가 아니라 그 안에 우리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또 아이에게 미안하다.


남편과 이야기해서 거실의 두 아이의 액자는 얼른 내려야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액자를 만들어 그 자리를 대신해야겠다.





이전 05화밥심으로 사는 우리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