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봤어?

by 송재영


해 보고 싶은 게 있는가? 그럼 당장 해보면 된다. 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내내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길로 가려고 할 때 혹시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닌지, 가서는 안 되는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지에 대한 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길을 걸어가는 것조차 새로움에 대한 많은 망설임과 불안함이 있는데 인생이라는 여정을 가면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남들도 해보기를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의 불안함은 어디에 비하겠는가?


출근을 하면서 매일 똑같은 길을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면 걸리는 시간이나 가야 할 방향, 도로의 지형에 대해 익숙해서 아무 걱정이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전과 다르게 출근을 해 보면 정말 놀라운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다른 길로 가거나, 자가용이 아닌 자전거나 도보로 가거나, 같은 시간대가 아닌 조금 이르거나 다소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한다면 완전히 다른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의 변화로 활기차고 행복한 출근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도보로 가면 비를 만날 수 있으니 우산을 미리 준비한다거나 기온의 변화에 대비하여 옷을 입어야 하고, 버스로 가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서둘러야 한다거나 노선표나 환승역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삶의 활기를 찾게 해 준 것에 비해 결코 수고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배우고 학습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번 태어나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삶을 살다가 어느 날인가 떠나게 된다. 태어난 날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죽는 날도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내가 관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뿐이다. 이마저도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없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마저도 나의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나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만큼은 해보면 좋겠다. 우리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곤 한다. 그중 몇 개나 이루었는지 생각해본다. 해본다고 모두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해보기는 해야 버킷리스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몇 개나 해보았는지 세어본다.


나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많은 사람이 꿈꾸듯 나도 내가 지은 집에 살기,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 가족과 세계여행 가기를 어릴 적부터 가슴에 품고 살았다. 첫 번째는 이루었고, 두 번째는 진행 중이고, 세 번째는 준비 중이다.

나의 집을 짓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았다. 멀쩡히 잘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뭔가 쥔 손으로는 다른 것을 절대 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지를 구입하고 집을 짓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그 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결코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을 쓰기 위해 독서모임도 다니고 다른 사람의 출판기념회에 쫓아다니기는 하였으나 항상 생각뿐이었다. 마음에만 있던 책 쓰기를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큰 맘먹고 문예반에 등록을 했다. 바쁘고 힘들지만 한주도 거르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하고 있다. 쉬고 싶고 놀고 싶은 편안함을 포기하며 주말 내내 글쓰기에 매달린다. 문예반을 통해 나의 꿈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세계여행을 위해 언어 소통이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필수적이어서 어학공부는 쉬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기 위해 자유여행도 몇 번 다녀왔다. 시간 되는 대로 여기저기 트레킹도 다니며 체력도 테스트해보고 매일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미룰수록 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다잡으며 빨리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꼭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하고 싶은 것은 일단 저질렀던 것 같다. 약간 무모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보다 아니면 언제든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중도에 그만둔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봄으로써 미련은 없어졌고,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조금 서툴고 고생스럽고 힘이 들 수는 있어도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세월이 흘러도 하고 싶은 것이 멈추지 않는다. 나이가 듦에 따라 노욕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꿈이 아닌 삶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갖게 될 새로운 버킷리스트는 뭘까? 나도 궁금하다. 앞으로도 쉬운 결정은 없을 것이고,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일단 해볼 것이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그 길이 좋다는 것을 안다.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