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재영 Mar 17. 2022

퇴직이 두려운 이유

  퇴직은 두려운 일일까? 설레는 일일까? 누구에게는 두려운 일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설레는 일일 것이다. 퇴직이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퇴직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할까?


사람은 대부분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생활하다 정년이 되면 퇴직을 하게 된다. 물론 요즘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하나의 직업만 가질 수 없고, 여러 직업으로 바꾸어 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 직장을 여러 번 바꾸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와 같은 586세대는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같은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다가 퇴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가진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바쳐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경제생활도 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도 키우면서 나름 보람도 느끼게 된다. 직장에 가족 모두의 생계가 걸려 있어 직장에 충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과 같다. 더 이상 소득이 없어 생계 수단이 사라지고 직장을 고리로 연결되었던 인간관계도 단절되어 세상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은 불안의 단어이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퇴직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평생 양복을 입고 생활했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기본적인 예의를 위해 정장을 선택하였다. 물론 양복을 입으면 무슨 옷을 입을 지에 대한 고민도, 계절의 변화나 유행의 변화에 따라 옷을 바꿔야 할 필요도 없다. 퇴직을 하니 정장을 입을 일이 없어졌다. 직업과 관련하여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므로 굳이 정장을 입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캐주얼을 주로 입는다. 캐주얼을 입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나 장소에 따라, 날씨나 기온에 따라, 참석하는 곳의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옷이 여러 벌 필요하게 되었다. 양복은 계절 별로 한 벌만 있으면 되나 캐주얼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옷이 필요하다. 


퇴직을 한다는 것은 정장에서 캐주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퇴직 전에는 자신에게 맞는 잘 재단된 한 벌의 정장을 입고 생활하다가 퇴직을 하면 조금은 가볍고 편안한 캐주얼을 입게 된다. 정장은 우수한 재질로 맞춤으로 하다 보니 값도 비싸고 자주 구입하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캐주얼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시로 바꾸어 입어야 해서 필요할 때 매장에 가서 입어 보고 대충 맞다 싶으면 구입하게 된다. 정장은 누구를 만나는지, 왜 만나는지, 장소가 어디인지에 상관없이 한 벌로도 적응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캐주얼은 상황에 따라 입어야 할 복장이 무척 다양해서 여러 벌이 필요하다. 


퇴직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퇴직을 하고 새로 시작하는 일은 전문가가 되기도 어렵고, 오랜 기간 하기도 어렵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없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퇴직 전을 정장에 비유한다면 퇴직 후는 캐주얼이라 할 수 있다. 퇴직 후를 대비하여 미리 캐주얼 몇 벌을 준비해 두면 어떨까? 무겁고 중후한 정장인 아닌 조금은 가볍고 스마트한 나에 어울리는 캐주얼을 몇 벌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다. 햇살 따스한 봄날에는 화사하고 산뜻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비 내리는 우중에는 옷깃을 새운 다소 어두운 바바리를 입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회에는 환한 재킷에 면바지를 하고, 함박눈이 내리는 밤거리는 세련된 목도리에 다소 과해 보이는 털코트를 입어보면 어떨까? 


퇴직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느냐, 설렘의 대상이 되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퇴직 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해 두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수입이 많지 않아도, 평생을 할 수 있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하고, 관련 부서나 모임에도 미리 참여해 보면 좋겠다. 한 가지만 준비하지 말고 연관이 있는 몇 가지를 같이 준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일을 하러 나선다. 옷장을 연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뭐가 좋을까? 이 옷 저 옷 걸쳐본다. 오늘은 너로 정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