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재영 Aug 27. 2023

나만의 퍼스널 브랜드

  꽃심 시립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강의를 했다. 한 분 한 분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반짝이며 강의실의 열기가 대단했다. 강의 실력은 부족하지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고, 한 분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조금은 거친 글이지만 최선을 다해 꾹꾹 눌러쓴 글을 읽어 내려가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글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강의 기간 동안에 세 분이 작가로 등단을 했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훗날 작가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2019년 브런치 작가로 등단을 했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글이 완성되면 든든한 응원군인 아내의 심사를 거쳐 몇 차례 퇴고를 하고 나면 브런치에 올려진다.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의 시간이 시작된다. “좋아요”와 구독 수를 확인하며 그간의 힘듦은 새벽이슬처럼 사라진다.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 신청도 하였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때 출품한 작품이 이듬해에 책으로 출판이 되어 출간작가도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등단을 하고 5년 동안 놀랄 만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주시청에서 발행하는 전주다움에 기고를 하여 영상도 제작하고, 잡지사와 협회 등에서 청탁을 받기도 하고, 단독 북콘서트도 하고, 단체의 초청을 받아 북 토크도 진행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주제로 인생 나눔 교실에 참여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다. 


  김제, 익산, 전주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강의를 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브런치 작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아서 수강 신청을 할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막상 개강을 하고 보니 의외로 브런치에 대해 아는 분도 많았고, 브런치 작가를 꿈꾸는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의는 사내 강의를 몇 번 해본 외에 경험이 거의 없던 터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진행하여야 하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강의 스킬이 쌓여 가고 기술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강의에 오신 분들이 모두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 간절함이 많다. 


  퇴직을 하고 31년 동안 따라다니던 검찰수사관이라는 직함이 없어졌다. 나를 대신한 명함이 사라진 것이다. 한동안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이름만 말하기에는 백수 같기도 하고 무능하게 보이기도 하고 사회에서 별 쓸모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물론 나만의 자격지심이겠지만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스스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나의 모습, 나의 가치, 나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 있어야 하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통한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일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5년 동안 잠시도 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 있던 어떤 상황에서도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보고 느끼고 배우고 생각한 내용을 그때그때 기록해서 브런치에 게재했다. 첫 책을 출간하면서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다 보면 책이 되어 출간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다. 


  나를 말할 때 수식어가 하나 생겼다. 브런치 작가, 퇴직을 하고 얻은 퍼스널 브랜드이다. 브런치를 만나 글을 쓰게 되었고,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었으며, 브런치가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때만 해도 전국에 2만여 명의 작가가 활동을 하였는데, 현재는 5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브런치의 확장성이 대단하다. 처음 작가라는 호칭은 무척 어색하고 낯설어서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라는 표현은 내가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작가로 불리기를 원하기도 하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제 첫발을 뗐다.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더 나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브랜딩 하는 것은 더욱 힘들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브런치 작가는 많다. 이를 어떻게 나만의 브랜드로 만들고 브랜딩 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굴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