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구를 지켜라!> 후기

감독 장준환

by 사원

최근에 <부고니아>라는 영화로 리메이크된 <지구를 지켜라!>

<김씨표류기>와 함께 '포스터 때문에 저평가된 영화'로 취급된다.

궁금하다고 생각한 걸 내내 미루다가 드디어 마침내! 봤다.

<남매의집>이랑 <자매의 등산>보고 이어서 바로 봤음

2025년 마지막 영화 되시겠다.


있지...

"20대 신하균"이라는 거...

정말 아름답지 않냐?

라는 감상이 영화를 통괄한다는 서론을 남기며


외계인 사냥! 20대 여성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한 행위. 꽤 본격적인 외계인 사냥으로 시작된다. 병구의 타겟이 된 '강 사장'은 제대로 된 나쁜 놈이다. 대리기사한테 하는 태도만 봐도 뻔하다. 시작부터 떠드는 꼴을 보면 "어머니 생일은 당연히 매년 있지 미친놈아." 소리가 나온달까... 인성이 저 꼴이면 인간일리 없지. 응응. 강 사장은 나름 기업 사장님이시고, 청장 사위분이셔서 실종 소식이 뉴스에도 나오고 경찰도 난리다. 청장님 딸 과부 만들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경찰들이 등장한다. 실력과 열의가 있지만 조직에서 외면당하고 뒷방 늙은이 취급 당하는 '추 형사', 추 형사와 대립하며 사건의 진상보단 해결이 우선인 '이 반장', 서울대 출신 엘리트 루키이자 추 형사를 존경하는 '김 형사'. 생각해보면 등장인물들이 되게 클리셰적이다. 주인공, 주인공의 애인, 악당, 경찰 3인(셋 다 클리셰덩어리). 참고로 나는 클리셰는 잘 팔려서 클리셰라는 말을 좋아한다. 더 좋은 점은 이 영화가 클리셰적인 인물들 사이에서 클리셰적이지 않은 전개로 흐른다는 점이다.


병구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긴 한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이기적이고, 자기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이다. '강 사장'이어야 한 이유도 사적제재나 마찬가지다. 애인인 순이에게도 그리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고, 추 형사와 김 형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자기 연민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인물. 그럼에도 밉지 않다. 강 사장처럼 막연하게 못된 인간인 것도 아니고 세상이 병구를 그렇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그리고 20대 신하균이 아름다워서) 병구의 이름이 '병든 지구'라는 말을 들었다. 엔딩까지 보고나서 그 해석을 곱씹으니 병구가 더 안쓰러워보였다. 후반부에 병구와 강 사장의 접전 씬에서 보인 병구의 처절한 모습이 여전히 떠오른다.


<지구를 지켜라!>의 평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포스터 때문에 저평가된 영화'라고 했지만 '포스터 때문에 저평가 되었다고 고평가된 영화'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20대 신하균의 미모를 분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영화가 크게 봤을 때 매끄럽지 않다. 구성도 난잡하고 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납득하려면 이후의 전개가 필요하다. 알쏭달쏭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현대에는 특히나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같은 평평한 질문을 던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꽤 괜찮은 블랙코미디 정도로 소화가 된다. 병구와 강 사장, 산업재해 피해자의 가족과 책임을 회피하는 자본가. 2025년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대립구도이다. 병구는 그저 우리 대신 자본가에게 복수를 해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신하균 미모로 냉정해지지 못한 평가라면 어쩔 수 없고. 그럼 이제 <부고니아> 보러 가보실까나.


이 아름다운 행성이 너희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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