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매의 등산> 후기

감독 김수현

by 사원

넷플릭스에 한국 단편 영화가 들어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잘 좀 부탁드립니다.


<남매의집>을 봤으니 <자매의등산>을 보는 게 당연하잖아?

당시에 <남매의집>크레딧 올라가는 걸 보면서 "뇌를 씻고 싶다!"라는 생각에 고른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힘겨운 영화도 아닌데 말이야...


늦가을 쯤 되어보이는 날에 자매가 등산을 한다. 수어로 대화하는 걸로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농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후 언니의 남편이 돌연 파혼 선언을 하고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에 찾으러 간다는 것과, 농인은 동생 쪽이라는 정보도 알게된다. 언니는 본인 일임에도 영 적극적이지 않고 동생은 오히려 제 일처럼 열을 낸다. 언니는 자신의 전남친의 행방을 스님들께 물어보는 동생의 행동이 민폐라고 생각해서 대신 사과를 하고, 동생은 언니가 '대신 사과'를 한다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생은 사회적 약자인 본인과 부모님 때문에 언니가 늘 가족 일이라면 나서지만, 본인 일에는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게 탐탁치 않았다. 둘은 기어이 절간에서 육탄전(...)까지 벌이고 어찌저찌 스님된 전남친을 만난다. 머리를 심으면 두피에 줄이 생기는구나...라는 걸 알려준 유익한 영화였다. 언니와 전남친 분이 대화를 나누고 다시 또 애매한 태도에 '대신 화내주는' 동생. 우당탕탕 사건이 지나고 자매가 잘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화해를 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 자체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대개의 단편 영화가 그렇듯이. 언니 미정과 동생 은지는 많이 닮았다. 평범한 성깔이라면 보통 절에서 육탄전을 하겠다는 생각을 못 할테니까. 그리고 애초에 '언니랑 파혼한 전남친 스님됐대. 찾아가서 혼내주자!' 같은 발상을 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같이 산 타고 있었다는 점에서 얌전해보이는 미정도 보통 내기는 아닌 게 분명하다. 은지와 비슷한 불도저 같은 성격이었지만 사회생활이 미정을 비교적 점잖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수어 사용자인 은지는 말이 정말정말 많고 미정은 그에 비해 해야할 말도 잘 하지 않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길게 설명하거나 언쟁을 하는 대신 입 다물기를 선택한 사람 같았다. 등장인물 둘 중 하나가 말하지 못함에도 영화는 소란스럽다. 그 점이 제일 재밌었다. 농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다르게 은지는 소란스러웠고, 농인도 소란스럽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이지 않았을까 싶다. 초중반까지는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꼭 끝까지 봐주면 좋겠다. 고작 18분 밖에 안 되는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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