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켄지 이와이사와
달리기?
개못함.
난 유구하게 운동이랑 담을 쌓았고 초등학생 때는 50m도 10초가 넘게 걸렸다.
그 영향인지 현재까지 움직이는 것보단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내가 못 뛰니까 남이 뛰는 거라도 봐야겠다.
넷플릭스에 <100미터>가 공개되었다.
100m. 단거리 육상의 대표 종목이다. 시작은 주인공인 토가시가 초등학생 때다.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로 전국 1등을 먹었다니 주인공일 수 밖에 없다. 반에 전학생이 온다. 음침하고 사회성도 없는 코미야다. 코미야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무작정 달린다면서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만큼 무작정 뛰기만 했다. 토가시는 매일 강둑에서 코미야에게 제대로 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 사건은 코미야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화면이 전환된다. 토가시는 중학생이 되고 여전히 100m를 달린다. 또 한 번 화면이 전환된다. 이제 토가시는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토가시의 중학생 시절도 어김없이 잘 달리는 것으로 유명했고 고등학교에서도 '유명인'으로 취급된다. 심리적 요인으로 육상을 그만둘 기로에 서있던 토가시는 변방의 고등학교 육상부에서 다시 또 달리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끝난 날 돌연 전학을 간 코미야는 내내 소식이 없다가 육상 명문인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오랜만에' 만난 것치고 담백한 인사와 경쟁만 보여준다. 영화는 토가시를 보면서 육상을 시작한 아이가 어느덧 토가시와 같은 트랙에 설만큼 성장할만큼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 토가시와 코미야는 각자의 환경에서 스스로를 이겨내며 성장한다.
<100m>에서 달리기는 단순히 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이고 전부였다. 부상으로 인생이 끝난 것처럼 굴기도 하고, 트랙을 달리는 것에 삶의 의의를 두기도 한다. 단거리 달리기는 단 10초만에 일어나는 기록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강자가 언제까지 강자일 수 없는 노릇이고 한 순간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찰나의 경쟁이다. 토가시와 코미야의 주변 환경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는만큼 등장인물이 적지 않다. 그 많은 인물들은 100m짜리 트랙에 자신의 전부를 내던질 것처럼 굴었다. 스포츠물은 특히나 청춘을 다바쳐 경쟁에 임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장르이다. 더구나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까지 입으면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소중한 71억보다 더 값진 것이 된다.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가 됐다고 본다. 등장인물이 많고 그 많은 등장인물이 열정적이라는 것은 결국 영화 자체의 온도를 높이는 꼴이 된다. 세계관 상에서 명성이 있는 선수가 나오고, 그 선수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거나 그 선수를 동경하는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구성이 몇 번 반복된다. 그러면 대답을 하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신념과 달리기에 대한 철학을 구구절절 읊는다. 그들의 열정이 여느 소년만화 주인공다운 열정은 아니지만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나에게는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통의 스포츠물은 주인공 필승의 법칙이 있다. 하지만 <100m>는 조금 달랐다. 주인공 토가시가 늘 이기고 완벽하지만은 않다. 패배를 하고, 그 패배에서 배움이 있다. 어떤 인물은 "1등하고 나면 즐거웠던 때로 못 돌아가." 라고 말했다. 꽤 초반에 나왔던 대사인데 그 후로 토가시는 자주 졌다. 더 이상 1등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토가시는 여전히 달렸고, 후반까지도 달리는 것이 즐거워보였다. 토가시는 초등학생 때 항상 1등이었고 내내 주목받는 선수였으면서, 뒤쳐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따라잡고 앞지를 생각을 한다. 영화 러닝타임동안 꽤 많은 경기를 보여주는데 의외로 1등이 기억되지 않았다. 토가시가 달리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될 시기까지를 보여줘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나도 그들의 승패보다는 토가시의 성장에 집중하게 되었다. 탈락하면 탈락하는대로, 1등하면 1등하는대로 그저 토가시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정석의 스포츠물이면 어땠을까? 토가시와 코미야의 재회에서부터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진 것에 대해서 분통을 터트리고 못마땅해하거나 업신여기는 독백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 엔딩 장면에는 둘이 접전을 펼치다가 끝내 간발의 차로 토가시가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내내 토가시에게 자격지심을 품고 있던 코미야는 마지막에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와! 스포츠물 하나 다 봤다! <100m>는 이 중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토가시와 코미야의 관계가 마냥 미적지근한 건 아니었다. 둘이 재회를 할 때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토가시의 세계에는 코미야만 있지 않았다. 코미야의 세계에도 마찬가지로 토가시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만화적으로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굴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영화에 담긴 각자의 열정은 인생 살이에 대한 다방면의 훈수다. 훈수는 자고로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거니까. 중요한 건 스타트를 끊었으면 결승선을 밟아야 기록이 남는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