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태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사진 속 풍경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운 나라였고, 길거리 음식과 야시장이 왕성한 것 같았다. 어릴 적 아빠가 태국 출장을 다녀오셨을 때 휘발유 맛이 나는 젤리를 선물로 사 왔는데, 기이했던 그 맛은 이름도 두리안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이 없다는 나라.
도대체 태국은 어떤 나라일까?
B매거진과 태국문방구
일주일이라는 귀한 휴가가 주어졌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온 힘을 쏟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거리의 나라를 찾고 있었다. 예전에 지나가듯 봤던 B매거진 방콕 편이 생각났고, 마침 동훈(남편)의 대학 동창이신 현경님이 '태국문방구'라는 책을 출간하셨다.
태국 곳곳의 문방구를 소개하고 문구를 구매하며 인터뷰하는 내용이 담긴 책인데 그 자리에서 호로록 읽고 마음속으로 여행지를 확정 지었다. 시장으로 둘러싸인 동남아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 본 태국은 아기자기하고 세련되기까지 했다. 그 장면과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INFP x ENFP의 여행
우리는 여행에 있어 환상 혹은 대환장의 조합이다.
"어디갈지는 비행기 안에서 정해보자.. zZ"
현생에 찌들었으니, 라는 핑계로 출국 전날까지 계획된 여행루트가 없었다. 헤롱헤롱 일어나 30kg의 캐리어를 끌고 미친 듯이 뛰어 간발의 차로 공항버스를 탔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부디 놓치고, 덜렁대고 멋쩍게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누군가는 우리를 꼼꼼하지 못하다 하겠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계획 없는 여행도 즐긴다는 점이 닮았다.
둘 다 사람이 많고, 큰 명소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로컬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을 슬렁슬렁 찾아다니거나, 디자인이 가미된 잡다구리 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그런 공통점으로 카테고리는 좁히되, 서로가 가진 다른 취향은 해석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드디어, 태국!
다섯 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걱정했던 폭풍우의 기상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의 구름은 몽실몽실하고 맑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하루 종일 맑다가도 스톰이 한두 시간씩 왔다 간다)
코로나로 외국여행은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본 외국 풍경이 눈을 낯설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익히 보던 까맣고 하얀 택시 색깔에 아닌, 열대 과일의 즙으로 칠한듯한 채도 높은 택시 컬러. 신호가 바뀌면 남녀 불문하고 우수수 쏟아지는 오토바이들, 표지판의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글씨들이 태국에 도착했다고 말해준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때
숙소로 들어오니 태국의 과일이 바구니에 귀엽게 담겨있었다. 내가 알던 바나나의 크기 반에 반도 안된다. 거봉에 껍질이 쌓여있는 듯한 이 과일도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어라 너는 뭔데 맛있니?
편의점의 물건들도 언어가 다르고, 손바닥만 한 헤인즈 케첩 패키지마저 귀엽다. 내가 알던 당연한 세상의 그림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 태국이 벌써 재미있을 것 같아!
info
코모 메트로폴리탄 방콕 : 태국 여행 중 3군데 숙소를 묵었는데, 가장 고즈넉하고 고급스러웠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