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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Oct 10. 2022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

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시작이 괜찮으면 반은 성공이지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주변을 좀 둘러보았다. 저녁이 되어도 여전히 많은 오토바이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마을을 두리번거리다 골목 귀퉁이에서 커다란 나무들에 둘러싸인 음식점을 발견했다. 가게가 풍겨지는 아늑한 느낌을 보고 다가가 보니 대문에서 붙어있는 미슐랭 딱지가 붙어있었다.


제대로 발견했다는 안도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던 터라 현관 쪽 남은 자리를 받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걸 보니 여기 정말 맛집이었나 봐.


태국에 오기 전 백종원 아저씨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챙겨봤어서 메뉴판의 메뉴가 낯설진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노래를 불렀던 똠양꿍은 필수, 스푸파에서 추천한 장조림 비슷한 거, 밥은 하나 있어야지. 현지의 맛은 어떤 맛일까? 맥주가 먼저 나와 입가심을 하며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음식이 나왔다.

한 입을 입에 넣고 나온 감탄사는 단순했다.

“우와, 우리 성공했어!”

기뻤다. 나 태국음식 좋아하는구나..! 목구멍으로 한 숟갈 넘어가자 걸어오면서 했던 우려는 씻은 듯이 내려갔다. 매콤하고- 새콤하고- 짭조름해서 맥주를 아니 먹을 수 없는 그런 맛. 시작이 제대로 마음에 들어버렸다.



방콕 최고의 아침맛집

이번 여행 오기 전 설레발쳤던 계획 중 하나가 ‘아침운동’이었다. 생생한 컨디션으로 하루의 먹부림을 시작해보겠다는 나의 돼지롭고 행복했던 계획이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코모 호텔은 오전 8시에 아침 요가 클래스를 진행한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 아침은 요가 수업으로 시작했다. 땀을 쪽 빼고 나니 조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뉴판의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채소들과 계란 반숙의 화룡정점. 근사한 비주얼의 메뉴가 나왔다.

“따뜻하고 아삭하고 짭조름한 이건 뭐지?"

이자카야에서 풋콩이 맥주 안주로 나와 콩만 쏙쏙 빼먹었던 기억은 있지만, 콩 껍질을 메인 재료로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비루한 나의 음식 취향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씹는 맛, 식감이다. 내가 생각한 콩 뻣뻣한 식감과는다르게 너무나 아삭아삭 사랑스럽게 씹히는 요리였다. 한 접시를 가볍게 꿀꺽했고, 나는 그 이후로도 코모에 묵는 3일 아침 내내 그린빈 샐러드만 주구장창 시켜 먹었다.


맛있게 먹고 수영을 했다.

한국에서는 수영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두 시간 놀고 나니 배가 다시 고파져 그만 나왔다.



다채로운 먹거리

오늘의 일정을 위해 시암센터로 넘어갔다.

메인 스트리트에 푸드마켓이 길게 열려있었다.

방콕을 돌아다니며 느껴지는 점은 이곳의 음식들이 태국을 설명하는 큰 문화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 길거리 푸드마켓이나 노점에서 식사하는 행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 음식들은 2~3천원 정도로 떡볶이 한접시의 느낌이다. 맛이야 뭐,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 따뜻하고 살아있는 식감의 음식은 말이필요없지. 대체적으로 더운 날씨의 나라니까 재료의 군내를 숨기기 위함일지, 간을 세게 하는 편이긴 하다.


푸드 마켓에서 새우 팟타이를 맛있게 먹었는데, 팟타이는 2차 대전 이후에 정부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국민들에게 국수 소비를 장려하기위해 만들어진 요리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도 팟(볶음) + 타이(태국)이다.



스티커는 우리 곁에 있지

동훈은 서울에서 스티커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도 '태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스티커찾기'라는 미션을 들고 왔다.

덕분에 태국의 스티커가 모인 잡화점을 여러 군데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Daddy and the Muscle Academy(아빠와 근육학원)이었다. 블랙핑크와 빅뱅 노래가 크게 흐르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많이 보던 익숙한 스타일의 스티커가 많았다. 한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세계적으로 이런 스타일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트렌드일까?


이국적인 맛은 부족했지만, 방콕 친구들도 말랑하고 뽀짝한 스타일을 좋아하나 보다.

우리도 괜히 스티커사진도 하나 찍고 나왔다.



태국은 어떤 나라 일까?

퇴근 시간과 겹쳐 한창 막히는 시간이었기에, 전철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전철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좀 놀랬다. 샤넬, 에르메스 등 대형 명품관이 있는 커다란 쇼핑몰이 매 역마다 하나씩 등장했다.

익히 생각했던 수더분한 푸드 마켓, 노점이 많았던 풍경과는 또 다른 반전모습이다.


저녁엔 sri trat restaurant and bar에서 태국 문방구의 주인공 현경님을 만났다. SNS로 뵀던 현경님을 타지에서 직접 만나니 왠지 더 반갑고, 현지인의 맛집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이곳은 마치 한국의 마복림 할머니 맛집(?)과 같이 전통 있는 태국요리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조금은 익숙해진 태국 향의 소스로 버무려진 튀김요리들과 볶음밥을 먹으며 태국에 대해 궁금한 이모저모들을 여쭤봤다.



방콕을 둘러보며 먹었던 음식만 봐도 한 끼가 2000원 남짓이었던 길거리 음식에 반해, 버젓한 음식점들은 한국의 서울 밥집 물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국 사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왕족 국가라는 점인데, 계급에 따른 빈부격차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그로인해 동네 곳곳 빼곡하게 좌판을 깔고 음식, 물건을 팔고 있던 시장과 그 반대편으로 보이는 초호화 명품을 파는 백화점이 같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계층과 빈부격차로 만든 경계가 조금 더 또렷하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태국의 많은 오토바이는 개인의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택시와 같이 손님을 태우고 가는 하나의 대중교통이었다. 현경님 또한 출퇴근과 가까운 거리는 모두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신다고. 태국 음식 먹으며 태국현지인에게 태국 설명들으니까 더 재밌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음식으로 가득 찬 배를 두들기며, 둘째 날의 마지막 식사도 마무리했다.


나는 입맛의 기준이 낮기도 하고, 입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 여행에 가서도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적고 보니 어째 먹은 얘기밖에 없다. 희한하게 태국에 와선 길거리의 음식 냄새만 맡으면 위장이 반응하고, 혀가 음식을 달라고 계속 보챘다.

나 같은 사람도 태국 음식에 엄지를 드는 정도라면 어떤가, 배가 슬슬 고파지지 않나요?




info


Plu :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태국요리 맛집. 초보 여행자도 가능한 적당히 현지화된 맛.

Daddy and the Muscle Academy : 지나가다 발견하면 슉- 둘러보세요. 뽀짝한 잡화점.

Sri Tart Restaurant and Bar : 2주전부터 예약해야 갈 수 있는 (짱)핫한 태국 전통요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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