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드디어 치앙마이!
처음 태국 여행을 계획하며 기대했던 건 사실 방콕보다 치앙마이였다.
나라마다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의 큰 특징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도시 여행은 짧고 굵게 하는 걸 좋아한다. 반면 치앙마이는 자연과 가까운 지역으로 느껴졌다. 한국의 제주도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은데, 인스타로 찾아보니 지역 곳곳 개성 있는 샵들이 자리 잡고 있어 재미있는 여행 루트가 될 것 같았다.
치앙마이 공항
동훈은 로컬 기념품 찾아내는 일을 좋아한다. 방콕에 대한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것일까? 맘에 쏙 드는 굿즈나 디자인샵을 못 찾아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치앙마이로 넘어가는 공항에서부터 귀여운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싸왓디캅! 인사하는 로날드 맥도날드. 카오산로드에는 이 친구와 사진 찍기 위해 줄 서있다던데 이렇게 발견하다니 럭키다.
왠지 이름이 아이 러브 방콕일 것 같은 브랜드의 팟타이 티셔츠도 귀여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김치라고 써져있는 티셔츠를 입는 느낌일 테니 PASS. 험상궂은 표정이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호랑이 레터링 티셔츠를 하나씩 들고 치앙마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자연이 가득한 곳
도착하면 눈앞에 보이는 풍경부터 방콕과는 사뭇 다르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고, 거리의 색채에서 연식이 느껴진다. 태국 제2의 도시라고 하는데, 정신없이 북적였던 방콕 거리에 비해 한산한 인구밀도와 불뚝불뚝 자라 있는 나무들이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숙소를 구할 당시 치앙마이에서 자연을 실컷 누리고 싶어 도심에서 차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리조트를 예약했다. 차를 타고 한참 구불구불 들어오니, 정말 산속에 리조트만 있다. 어쩌다 이런 곳에 숙소를 만들게 되었을까? 자연을 잘 누리기 위해 편안함은 살짝 내려두어야 한다. 파란 이파리들로 눈이 부신 대신, 햇볕이 머리통을 태울 듯이 내리쬐고 눈앞 곳곳 개미와 모기들이 제세상인 듯 다닌다. (모기약 필수)
맛있게 식사하고 물장구치며 쉬는데, 저 멀리 보이는 산속에 빼꼼 솟은 저 하얀 성의 풍경이 장관이다. 이 더운 나라에 눈으로 가득 쌓여있을 것 같은 하얀 성. 마침 숙소에서는 저 하얀 사찰로의 투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궁금하니 조만간 가보기로 했다.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는데 공간과 각종 집기들이 재미있다. 바나나 이파리로 음식의 플레이팅 접시를 만들고, 삐걱삐걱 대며 제 역할을 하는 음식 보관함 가림막도 있다. 모든 기구가 자연물로 손수 제작된 제품들이다. 역시 자연 소재들이 풍부한 나라.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을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대단한데, 그 손맛이 느껴져 더 귀여운 물건들이다. 괜히 사람들이 태국 와서 라탄을 잔뜩 사가는 게 아니구나?
심장 폭격 서점
한적한 숙소에서 누적된 여행의 피로를 툭툭 털어내고 치앙마이의 님만해민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한국도 외국도 작은 서점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점 주인장이 좋아하는 취향들로 가득 모아두었을 책들. 운이 좋으면 각종 엽서와 귀여운 굿즈도 찾을 수 있다. 물론 언어는 모르니 책의 내용까지 알진 못하지만 언어가 쓰여있는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책은 자체로도 귀여운 물건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란라오'라는 빨간 벽의 서점이었다.
멀찍이 살짝 웃으며 인사해주시는 숏컷머리 사장님부터 왠지 맘에 드는 곳. 곳곳에 안내판 스티커가 붙어있다. 조용히 하란 건가? 책 읽으면서 졸지 말라는 건가? 궁금해서 번역을 눌러보았는데, 잉? 책 읽으며 잠이 솔솔 오는 건 만국 공통의 진리였구나.
그 외에 손바느질로 만들어진 수첩이 있었는데 워크샵을 열어 친구들과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색상별로 맞춰 귀엽게 바느질을 한 것인지! 사야 하는 이유는 이제부터 찾으면 되지, 덥석덥석 결제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해버렸다.
역시 치앙마이는 다르다며, 흡족한 첫 쇼핑을 시작으로 두 손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걸음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
info
Veranda High resort : 명상, 테라피, 동네투어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어요. 진짜 쉼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추천! 도심으로 왕복할일이 많다면 거리자체가 멀어서 비추천! (무료 셔틀버스는 있음)
란라오 : 책 외에도 엽서, 스티커 등 굿즈가 곳곳에. 공간은 수더분한데 귀여운 그 느낌.. 뭔지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