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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Nov 20. 2022

디자이너들의 도시

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치앙마이 여행 이튿날

한국의 을지로, 성수동, 떠오르는 삼각지가 있다면 태국에는 치앙마이가 있었다.

철물점 옆자리에 간판 없는 카페와 붉은 조명의 와인바를 찾아가는 이유는 오랫동안 깃든 지역의 향수와 멋쟁이들의 창작욕구로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일 터.

왠지 이름 멍뭉멍맹몽 일 것 같은 느낌

개가 하품하고 있는 한적한 거리에도, 오래된 카센터 옆 빨간 비니를 쓴 멋쟁이의 가게들이 있다.

치앙마이의 이튿날 여행은 굽이굽이 숨어있는 가게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One Nimman

프라이탁, 미슐랭 음식점, 향수 가게, 중앙에 요가하는 사람까지 모두 모여있던 쇼핑센터. 그중 그라프라는 카페를 갔다. 어두운 공간 중앙에 자리 잡고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성수동 핫플을 방불케 하는 곳.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인스타 성지가 분명하다. 이 카페는 숯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눈이 즐거워지는 커피들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여러 가지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카페를 나와 공간을 둘러보니 푸드코트와 2층에 있는 가게들은 많이 비어있었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걸까, 좀 더 매장들이 가득 차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으로 금방 벗어났다.



Playworks

태국의 디자이너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제품을 만들까?

원님만 거리를 쭉 걸어오면 2층으로 된 크림 컬러의 건물이 나온다. 작가들의 일러스트 엽서, 포스터 및 굿즈까지 치앙마이를 소재로 만든 각종 귀여운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여러 작가들의 굿즈도 있고 (한국작가도 있었다!) 플레이웍스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하나 친구하나 선물해줄 엽서와 손수건을 골라 담았다. 결제해주시는 여자 점원에게 샵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오라버님께서 플레이웍스를 만든 디자이너라고 한다. 한국에 놀러 오시면 서울 스티커샵도 놀러 오시라며 소소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Den souvenir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까만 간판의 술집, 타투 가게, 80년대의 이태원 같은 모습의 거리가 나왔다. 마초의 향기가 나는 길거리를 걷다 보면 전봇대에 전단지가 붙어있다. 역시 무에타이의 나라답게 무에타이 경기 홍보 전단지가 붙어있다.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다 보면 범상치 않게 멀끔한 나무 대문의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힙합 비트가 나오는 가게 안 레게머리 점원이 낮은 목소리로 맞아준다. 매장에는 형형색색 의자부터 각종 빈티지 모자와 옷, 소품, 개성 넘치는 아트북들도 있다. Den souvenir의 자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모자, 티셔츠, 컵 등 퀄리티 좋고 귀여운 상품들이 많다. 태국의 빈티지 감성을 찾는다면 바로 여기다. 한국에 발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덴 수베니어도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다.



Kalm Vilage Chinagmai

시골 동네를 걸어 들어가면 이런 곳에 도대체 뭐가 있다고? 생각할 때 즈음 커다란 입구가 등장한다.

들어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나무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기판이 이곳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꽤 오래 구경해야 할 것 같은데 밥부터 먹고 시작할까?

Kalm vilage는 공예, 전통 미술을 기반으로 식당, 카페, 샵, 전시를 진행하는 문화 복합공간이다.

식당에 앉아서 주문을 하는 내내 주변의 집기와 오브제를 보며 호기심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공간을 둘러보면 이 공간이 오랜 시간 축척된 자연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공간에 담긴 정성처럼 바나나 잎 위에 정갈하게 담아 나오는 밥 한공기도 이 공간과 닮았다.


한 땀 한 땀 꼬아 만든 예쁜 바구니는 이빨을 꼬아 만든 것이라고 했나?

매장이나, 빌리지 전면 벽엔 각종 설명이 써져있는 게시판이 있다. 설명을 읽어보면 집기를 꼬아 만드는 방법, 나무에 조각하는 방법 등 이 공간을 이루는 소재와 방법 설명해주는 스토리들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식사를 마치고 공간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매장에서는 각종 공예품, 의류, 굿즈 등 꽤나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다.

고기를 잡는 그물망이나, 나무 이파리 등 전통 소재와 공예품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서 자체 상품으로 판매한다.  D&D 치앙마이편 같은 느낌이랄까. Kalm 로고 택으로 완성도까지 높인 귀여운 제품들을 보며 눈과 손이 즐거워진다. 태국에서 직접 제작한 물품들이다 보니 퀄리티와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은 편!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장바구니에 물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을 수도 있다.(하하)


2층으로 올라가면 태국의 높은 가문에서 백 년 가까이 모아 온 패브릭 아카이빙 공간이 있다. 올라갈 때도 신발을 벗고 나무 계단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마주하는 순간, 고스란히 쌓여있는 시간을 마주하는 기운에 압도된다. 자세한 역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시기와 지역에 따라 패브릭에 표현된 디테일의 차이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야외 설치미술 공간엔 작품들이 바람에 날려 살랑살랑 흔들린다.

꽃은 태국을 돌아다니면 작은 매대에서 길게 꼬아 판매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있다. 불교 사원에서 예배를 드릴  사용하는 금잔화라는 꽃이다.

 공간을 만든 사람붉은 하늘과 가지런한 가정집의 빨간 지붕이 장면의 연장선상으로 기획한 모습이었을 것 같다. 시골에 자리 잡은  멋진 공간은 태국 디자인 산업의 깊이와 감도가 높다는  여실히 느끼게 했다.


위치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생각보다 빌리지 안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공간을 느끼기엔 한적해서 너무 좋았지만 이 공간이 더 오래오래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괜히 걱정도 됐다. 다음에 치앙마이를 방문한다면, 이 주변으로 숙소를 잡아볼까? 풍경 좋은 이곳에서 요가 클래스도 자주 열린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여행을 마치며-

먼 나라에도 닮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서로 다른 배경으로부터 더 풍성하고 깊어지기도 한다. 그건 바로 SNS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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