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유튜브에 치앙마이를 검색해보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로 올라오는 영상들이 꽤나 보인다.
물가가 조금 저렴하다 해도, 더운 시골에 도대체 왜?
먹고 마시고 즐기고
타페로드에 가면 푸릇푸릇한 이파리 사이로 땡볕 좋아 보이는 작은 골목이 나온다.
한국의 감성 카페들은 공간의 완성을 위해 식물을 채워놓지만, 이 나라는 나무들이 워낙 자라기 좋은 환경이니 식물을 보존하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가게들이 많은 듯하다.
파릇한 가게 밖에 의자에 앉아 수다 떨며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니 배가 고파져 발이 절로 움직인다.
고양이 인형, 예쁜 도기, 귀여운 가게들을 둘러보며 쭉 들어오면 피자가게 맛집이 나온다.
파스타도 생면으로 만드는 곳이라 피자와 파스타를 시키면 입 속이 아주 즐거워진다.
갓 구운 피자와 맥주 한잔으로 빈속을 채우는 한가로운 평일이란!
요 골목에는 옷가게부터 찻집, 잡화점까지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쪼로록 있다. 하나씩 들어가 보자!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와 패턴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
보통 염색된 옷은 어르신들이 입는 고루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옷은 좀 다르다.
넉넉하게 촤르르 떨어지는 핏이 정말 예쁘다! 평소에는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이었음에도, 컬러 조합이 예뻐서 몇 벌을 입어봤는지 모르겠다. 자연 속에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입기 위해 만든 옷이라고 하는데, 윗도리+바지를 세트로만 파셔서 아쉽게 내려놓았다.(안 사 온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
옷가게와 화장실을 지나 어눌하게 둘러져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햇볕이 하늘하늘하게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직접 우려 주시는 차를 마시며 실크스크린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찻집이다.
더운 날에 왠 뜨거운 차냐 싶지만, 다도 기구를 이용해 직접 내려주시는 차를 홀짝이면 그간 먹은 기름진 음식들과 알코올들이 사르르 녹아내려가는 느낌이다. 바람도 살랑살랑, 새가 지저귀는 소리까지 작게 흘러나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오래되고 귀여운 나무 제품들이 주변 곳곳에 있는데 무척 탐난다. 어디 가면 살 수 있는지 쫑알쫑알 여쭤보다 나왔다.
어제의 디자인 오늘의 디자인
타페로드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2분만 걸어가면 오래된 문구점이 보인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10년 전쯤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왠지 익숙한 이 느낌은 현경님의 태국문방구 책에서 봤던 곳이었다. 시간이 고스란히 쌓인 물건들로 퀄리티가 썩 좋진 않지만, 오래 전에 만들어진 감성과 손맛이 느껴지는 제품들은 구경하는는 재미가 쏠쏠하다. 쨍하고 산뜻한 컬러 조합의 장부 수첩은 우리의 장바구니 속으로 겟.
태국 과거의 디자인을 오래된 문구점에서 만난다면, 오늘의 디자인은 TCDC에서 만날 수 있다.
TCDC 태국 디자인센터인데, 디자인 서적과 작업을 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다.
태국 내 방콕, 콘깬, 치앙마이 세 곳이 있다. 디자인 공간답게 모던하고 깔끔한 공간이지만 곳곳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와 소재들은 현대의 디자인도 태국스럽게 풀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자기스러움을 유지하며 발전해가는 태국 디자인은 보면 볼수록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곳을 빼먹으면 섭섭해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양손에 가득 들려있는 것, 바로 라탄이다.
창모이 로드로 가면 Brewginning coffee를 중심으로 사방팔방에 라탄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실제로도 이 길을 거닐면 가게 곳곳에서 한국말이 정말 잘 들린다. 뭐 있겠어, 하고 잠깐 들어가 봤는데 금세 돗자리 하나 사들고 나왔다. 컬러 조합이 정말 예뻐서 캐리어만 컸으면 더 큰 것도 하나 더 들고 왔을지 모른다.
한가운데 있는 Brewginning coffee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이 젊은이들은 다들 어디 있다가 나왔을까, 오픈된 공간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이 카페는 이 지역 젊은이들의 핫한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보인다. 2층에는 간간히 전시도 열고 있다. 벽을 등진 의자에서 선선해질 때까지 길거리의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며 그림을 끄적이다 일어났다.
저무는 하늘이 아쉬울 뿐
낮에 지나가다 발견한 옥상에 위치한 Hide Land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창모이로드를 구경하며 맥주 마시기 좋을 것 같아 치앙마이의 마지막 밤은 이곳으로 정했다. 어쩌다 보니 오픈런을 하게 되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예상한 것보다 더 멋진 조망을 가진 곳이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름이 걸쳐진 높은 산등성이가, 오른쪽으로 돌리면 정겨운 창모이 로드가 한눈에 담기는 곳. 밝은 풍경부터 어둑해지는 시간을 그대로 느끼며 기분 좋게 취해갈 수 있는 곳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 어둑해지니 퇴근한 사람들이 모여 가게는 한껏 시끌벅적해졌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태국의 장면들을 되새김질하며 맥주는 한잔이 되고, 두 잔이 되고, 세잔이 되었다.
치앙마이 여행 3일 차, 한 달 살기 하러 오는 사람들의 이유를 알았다.
우리는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또 오자는 약속을 했다.
info
Barefoot restaurant : 눈도 맛있고 입도 맛있다. 이 곳 맛집인듯.
TCDC : 좀 더 길게 와서 책도보고 작업도 하면 좋겠다. 둘러보기만 하면 20분 컷.
Brewginning coffee : 커피가 저렴하진 않지만 맛은 괜찮았던 것 같다. 사람 구경하며 멍때리기도 좋다.
Hide Land : 복작한 분위기에 취해가며 기분이 좋아지는 곳. 늦게 가면 자리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