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재무제표 간단분석
코로나19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기대비 줄이지는 못했지만 비율상으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매출액대비 영업적자가 -24%에서 -12%로 개선되었으니 말입니다. 짱깨식(?)으로 추정하면 내년에 BEP달성입니다.
이 회사의 재미있는 점은 온오프라인mix라는 점입니다. 30여개의 직영매장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출이 총 매출의 절반, 오아시스마켓의 온라인 매출이 나머지 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2018년 8월에 온라인 마켓을 시작한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마켓의 성장율은 컬리 부럽지 않습니다.
변동비로 추정되는 대략적인 항목 (재료비, 인건비, 서비스이용수수료, 세금과공과, 운반및임차료, 포장비) 을 합쳐보면 매출액 대비 104%입니다. 즉, 팔면팔수록 밑지는 장사라는 뜻인데요, 이 비율이 전년도에 110%였는데 104%가 되었으니 우리는 조만간 흑자가 가능하다! 라고 말하기에는 갈길이 좀 멉니다. 위의 비용 빼고 남은 비용(고정비)이 약 917억원 정도 됩니다. 즉, 위의 비율을 90%까지 낮출 수 있어야 BEP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110%에서 104%로 만드는거보다, 104%에서 90%으로 낮추는게 훨씬 어려운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동안 이슈가 되었던 과대포장 문제도 해결해야되고, 물류 효율도 훨씬 높여야 되는데, 컬리는 2021년에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장한다고 합니다. 그럼 물류효율 낮추는 길은 더 멀어집니다.
그리고 매출액 대비 고정비 비율은 5%에서 3%로 떨어집니다. 컬리와 오아시스의 매출액 대비 상품원가 비중이 약 74%로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비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숫자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구조가 온오프믹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팔고 남은 신선식품의 재고를 오프라인에서 소진이 가능하고, 재고소진율이 높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별다른 광고비지출이 없이도 성장을 할 수 있었겠죠. (광고비 절감) 각지에 있는 직영매장이 물류창고 역할도 했을 것이구요. (물류비 절감) 더군다나 지배주주가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라서, 개발자 채용도 별로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개발비 절감) 속된말로 여러모로 아다리가 맞습니다.
컬리의 설립 및 투자유치를 통해 유입된 금액은 약 4,500억원 수준이며 오아시스가 주주 및 외부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의 합계는 2020년말 현재 약 200억원입니다.
같은 영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한쪽은 펀딩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전형이고, 한쪽은 자신의 수익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중소-중견기업의 형태입니다.
어떤 형태가 옳다 그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컬리는 그중에서도 (손익구조 측면에서) 좀 특이한 기업이긴 합니다. 그 탁월한 성장속도 때문에 거액의 투자유치를 척척 성공하고 있긴 한데, 결국 기업은 언젠가 돈을 벌긴 벌어야 합니다. 그 성장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했을 때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몹시 궁금한 기업이 컬리입니다.